수석교사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까다로운 임용 조건에 반해 권한과 위상은 애매해 지원자가 줄면서 신규 임용자가 도입 4년 만에 35분의 1수준으로 급감하고 재임용 심사에서도 갈등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교육부로가 밝힌 '시·도별 수석교사 임용배치 현황'에 따르면 2012년 출범 당시 전국 수석교사 신규 임용인원은 전국 총 1122명이었지만 이듬해인 2013년엔 527명, 2014년 248명, 2015년 98명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이보다도 훨씬 줄어든 32명이 임용될 예정이다. 전국 17개 교육청 중 12곳은 임용 예정자가 한 명도 없다.
이에 대해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애초에 지원자가 적어서"라고 입을 모았다. 대구·울산 등 몇몇 교육청은 "수석교사 선발에 들어가는 행정력에 비해 매년 만족할 만한 인원이 모집되지 않아 격년 선발방식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원자가 적은 까닭은 법제화 후 기대했던 위상·처우 개선이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되레 본연의 임무인 연구·개발이나 수업 컨설팅 등에 매진할 여건조차 지원되지 않았다.
현 제도상 수석교사에게 주어지는 우대책은 수업시수 1/2 경감과 월 40만원 연구활동비, 담임 면제 정도다.
하지만 정원, 예산 미비로 담임을 맡고 수업도 온전히 하는 수석교사가 수두룩하다. 연구활동비도 수당이 아니어서 정산을 받아야 하는 등 우대책으로 보기 애매하다. 이마저도 법령 또는 지침상 임의규정에 불과해 상황에 따라 얼마든 제한될 수 있다.
모호한 위상도 문제다. 초중등교육법 20조에 '수석교사는 교사의 교수·연구 활동을 지원하며, 학생을 교육한다'라고만 돼 있을 뿐 명확한 지위나 역할이 규정돼 있지 않다. 그렇다보니 대내·외 활동에 한계가 많다.
반면 선발기준은 만만치 않다. 우선 15년 이상의 교육경력이 필요하며 시·도별 차이는 있지만 직무연수·교육연구·수업공개·연구회·컨설팅 등 다양한 실적이 요구된다. 또 매년 실시되는 업적평가와 4년 주기의 재임용 심사도 부담이다. 대부분 시·도교육청이 예산·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확대보다는 질적 개선에 주력하고 있어 선발기준은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그러다보니 점점 수석교사를 외면하는 상황이다.
A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수석교사 선발 요건은 교감 승진 요건과 별 차이가 없다"며 "이런 요건을 갖추고 홀대받는 수석교사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시교육청 등이 최근 진행한 재임용 심사에서 수석교사를 무더기 탈락시켜 잡음이 나온다. 지역별로 평가가 제각각인데다 심사를 앞두고 당초 계획엔 있지도 않던 역량평가를 갑자기 도입해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어서다. 전부터 일부 교육감이 수석교사 무용론을 드러냈던 터라 “제도 자체를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과거 수석교사였던 한 초등교사는 "실력과 열정을 가진 교사에게 관리직이 아닌 교수직의 길을 열어 우대하고 교단을 학습조직화 한다는 게 수석교사의 취지였다"며 "지금 같으면 누가 그 길을 도전하겠느냐"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