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지부의 ‘당직근무 폐지’ 단체협약으로 상당수 학교가 결국 방학 중 파행을 겪고 있다. 교사들이 방학 중 근무를 하지 않아 교장, 교감 등 관리자들이 문 점검, 난방기 관리, 등교생 하차지도 등 ‘실무’를 수행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는 도교육청이 방학을 앞둔 지난달 18일 관내 700여 유·초·중·고에 전교조와의 단협을 근거로 방학 중 근무 폐지를 알리고 전교조 조합원의 방학 중 근무 여부를 파악하는 공문 제출을 요구하면서 나타났다.
방학 중 학생들이 돌봄교실(초등), 방과후학교 등으로 등교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도교육청 공문을 이유로 전교조 교사들이 근무를 거부하고, 또 비조합원 교사에게도 방학 중 근무 폐지 지침에 찬물 끼얹지 말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교사 전원이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
A초 교장은 “교사 10명 중 전교조 3명이 근무를 거부하고 있는데 나머지 7명에게 근무를 요구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또 교육감이 친 전교조 성향인 상황에서 전교조 조합원 근무 여부까지 묻는 바람에 이들을 방학 중 근무에서 제외하라는 ‘명’으로 여기고 학교평가 등에 불이익이 생길까 두려워 근무조를 포기하는 관리자들도 더러 있다. 특히 학교에 해당사항이 없다면 학교업무경감 차원에서 미제출 관용이 상식선인데 이번엔 도교육청이 전수 제출을, 그것도 방학이 임박한 상황에서 다소 무리하게 요구해 무언의 압박감을 느꼈다는 게 충남 관리자들의 목소리다.
이런저런 이유로 근무조를 포기하고 교장, 교감, 행정실장만 번갈아가면서 나오다 보니 갑작스러운 출장, 연수 등에는 ‘못 간다고 전해라’만 읊을 뿐이다.
B초 교장은 “지역 신년교례회에도 참석하지 못했는데, 학교운영을 위해 큰 그림을 그려도 모자랄 판에 잡무에 쫓기고 있으니 한탄스럽다”며 “관리자가 실무까지 도맡게 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하소연했다.
C초 교장은 “당장 다음 주 방과후학교 연수가 통보됐는데 담당교사는 해외여행을 가는 바람에 다른 교사를 데리고 가야하지만 이 역시 다들 거부하고 있어 쉽지 않다”고 고개를 떨궜다.
반대로 전교조 조합원이 없는 학교는 근무조가 원활히 돌아가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D중 교장은 “다행히 학교 교사 분들이 잘 이해해줘 근무조에 이상 없다”고 말했고, E고 교사도 “우리 학교는 전교조 교사가 한명도 없어 방학 중 근무 문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충남 교장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서명운동은 물론, 한국초등교장협의회 총회 및 동계연수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자신들이 부적절하게 대처했음을 인정했다.
도교육청 교원인사과 관계자는 “방학이 임박한 상황에서 공문을 내려 보내 학교들이 조정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다음 방학 때 이번 문제들을 보완해 적절한 타협안을 찾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