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합동훈련 연 1회 의무화
고지 한번 없이 행정편의 부과
교장들 “사비 납부 속출” 반발
교총 ”교육청에서 지원해야”

소방당국이 사전 고지도 없이 소방합동훈련을 미실시 했다는 이유로 경기 초·중·고 교장 208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교장들은 사비로 납부하는 상황까지 내몰리는 바람에 소방·행정당국, 도의회 등에 항의 방문을 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지역 교총 회원 등의 제보를 토대로 본보가 단독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소방서들은 관내 학교 전체를 상대로 지난해 말 소방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점검내용은 지난 2012년말 개정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근거해 연 1회 의무화된 ‘소방합동훈련을 실시했느냐’였다. 그 결과 10% 정도에 해당하는 208개교가 2013~2015년 훈련 미실시로 40만원의 과태료 통지서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일선 학교는 "단 한 차례도 사전 고지를 하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과태료만 부과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사전 고지나 주의·경고도 없이 불시 점검 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적절한 행정인가"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오로지 과태료 부과만을 염두에 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 내 한 초등 교장은 "함정을 파놓고 걸려들길 기다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털어놨다.
엄연히 소방 ‘합동’훈련인 만큼 소방당국의 책임이 더 큰데 학교에만 떠넘기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더욱이 과태료를 학교장 또는 행정실장 개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놓고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번 과태료 부과에 대해 "학교예산으로 쓸 수 있다는 규정이 없고, 학교가 소홀해서 일어난 일로 볼 수 있어 학교예산으로 처리하기에 곤란하다"는 답변만 제시할 뿐 해법 마련은 도외시하고 있다.
과태료 납부기한이 대부분 2월 중순 정도로 정해져 있어 어쩔 수 없이 학교장이나 행정실장이 개인 돈으로 부담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기한 내 납부하지 않으면 연체료까지 물어야하기 때문이다. 또 위반 시점에 재직하던 교장이 아닌 현직 교장이 납부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소방시설법 위반 문제가 경기지역 학교에만 집중된 것도 논란이다. 같은 법을 두고 타 시·도는 잡음이 없는 것과 달리 유독 경기지역만 고지없이 무더기 과태료를 부과한데 대해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지역 소방서가 연간계획을 먼저 세우고 이에 따라 학교, 기업체, 공장 등과 조율해서 소방합동훈련을 전부 이행하고 있다"며 "아직 이 문제로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지역 소방서는 "법대로 했을 뿐"이라며 "사전 고지 의무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논란은 커져가고 있지만 현재 중앙 차원에서는 별다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관계자는 "경기도에 많은 학교가 과태료를 물게 된 것은 알고 있지만 관련 유사 판례가 없어 구제나 경감은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과 경기교총은 26일 공동 입장을 내고 "교육당국은 학교의무 부과 법령 개정 시 그 내용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경기교육청은 법령 개정사항을 몰라 발생한 사안인 만큼 과태료 지원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