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소방합동훈련 연 1회 의무’ 위반으로 경기 초·중·고 교장 208명이 무더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는 본보의 단독보도(지난달 29일) 이후 사태의 주요 원인이 “도교육청의 직무유기 때문”이라는 현장 비판이 거세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는 입장만 되풀이 해 빈축을 사고 있다.
후속취재 결과 도교육청은 단속 기간인 2013~2014년 ‘소방합동훈련 연 1회 의무’ 안내를 소홀히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관련법이 개정된 2012년 2월 ‘과태료를 물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안내공문을 보냈지만 이후 2013~2014년에는 과태료에 대한 고지가 전혀 없었다.
교장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매년 관리자가 바뀌는 학교가 발생한다는 걸 알면서 연속으로 공지하지 않은 점이다. 전년도에 공지했던 사항이라도 정착될 때까지 최소 3년 정도 지속적으로 학년 초에 충분히 알렸어야 했다는 게 현장 교원들의 지적이다. 실제 2012년부터 꾸준히 근무한 교장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2013년 이후부터 새롭게 발령받은 교장의 경우 이를 모르고 있다 과태료 대상이 됐다.
A초 교장은 “2012년까지 교감을 하다 2013년 새 학교로 발령받았고, 소방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행정실장도 새롭게 발령받은 상황에서 전년도에 이런 법 개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도교육청은 2012년부터 학교에 공문과 학교행정업무매뉴얼을 통해 적극 알렸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는 2012년 이후 매년 과태료에 대해 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과태료 고지는 2012년에만 했을 뿐이었다. 2013~2014년 행정업무매뉴얼, 2013년 12월에 내려 보낸 ‘2013 겨울철 학교시설 화재예방 강조 알림’에는 소방합동훈련 연 1회 의무에 대한 내용만 있고 과태료에 대한 주의는 빠졌다.
게다가 행정업무매뉴얼의 경우 현장에 책자로 배포되지 않기에 이를 통해 알렸다고 하는 건 책임회피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B초 교장은 “최근 도교육청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행정업무매뉴얼을 도교육청 홈페이지에만 올려놓고 알아서 보라는 식인데, 이를 두고 자신들이 충분히 알렸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면서 “2013년에는 안내문이 12월에 왔는데, 겨우 한 달 동안 어떻게 소방합동훈련을 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일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책임은 질 수 없다는 말만 거듭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하필 소방당국과 잘 조율해 학교에 정착시키려고 노력 하려던 차에 이번 일이 터졌다”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우리가 충분히 알렸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과태료에 대해 공지한 사실 자체는 맞기에 책임질 상황도 아니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현장 교원들은 소방관련법 개정 취지 자체가 훈련을 잘해서 사고를 예방하자는 성격이므로 전체 학교가 훈련을 효과적으로 할 수 방법을 연구하고 조율하는 노력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사전고지는 물론 계도기간도 주지 않은 채 과태료만 부과한 소방당국과 일이 터진 후 뒷짐만 지고 있는 교육청 모두 반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C초 교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교육청이 ‘학교 지원’이란 본 목적에 얼마나 소홀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며 “교육청에게 ‘지원청’이란 이름을 왜 붙여줬는지 그 의미부터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교육청 책임이 드러난 상황에서 과태료 문제만큼은 해결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과태료를 학교장 또는 행정실장 개인이 내게 하면서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예산으로 쓸 수 있는 근거라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요구다.
교총은 논평을 내고 “교육당국은 학교의무 부과 법령 개정 시 그 내용을 사전에 학교에 충분히 고지 및 안내해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며 “특히 경기도교육청은 법령개정 사실을 몰라 발생한 사안인 만큼 과태료 지원 방안 마련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