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경찰관이 학교 찾아가
솜사탕 만들고 학폭 상담도
점암초 시작으로 순차 방문
“거리감 좁히기 위한 방법”지난 9일 전남 점암초 강당에 노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티셔츠에는 이름, 연락처와 함께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 포순이가 그려져 있었다. 학생들의 시선은 ‘쉭쉭’ 소리 내는 솜사탕 기계를 향했다. 하얀 설탕을 넣고 나무젓가락을 돌리자 솜사탕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완성된 솜사탕은 전교생이 나눠 먹었다. 전남지방경찰청 고흥경찰서 소속 학교전담경찰관들이 마련한 ‘솜사탕 together day(이하 솜사탕 데이)’다.
솜사탕 데이는 학교폭력 예방 교육 프로그램이다. 학교전담경찰관들과 학생들이 직접 솜사탕을 만들어 먹으면서 ‘학생 맞춤 눈높이 상담’이 이뤄진다.
고흥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들이 달콤한 이벤트를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그 전까지는 관내 초·중·고등학교 37곳을 방문해 강의식 교육과 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경찰관과 거리를 두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김진희 경위와 박채국·송주영·이희명 경사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을까’ 골몰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은 후에야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달콤한 간식’을 나눠 먹으면서 소통의 물꼬를 터보자는 것이었다. 지난해에는 팝콘을 만들었다.
김진희 경위는 “이곳 아이들이 자주 접하기 어려운 간식을 생각하다 팝콘과 솜사탕을 직접 만들어주기로 했다”면서 “다가오기 어려워하던 학생들과 맛있는 간식을 매개로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입는 노란 티셔츠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새긴 옷이다. 멀리서도 한 눈에 보인다. 누구나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하라는 의미다. 실제 적지 않은 학생들이 전화나 메시지, SNS로 상담을 요청한다. 김다혜 교사는 “학생들과 학생전담경찰관의 관계가 돈독한 덕분에 학교폭력 예방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전했다.
실제로 집안 환경을 트집 잡아 친구를 왕따 시킨 사례가 있었다. 왕따 당하던 학생은 친구들의 괴롭힘을 참다못해 학교전담경찰관에게 도움을 청했다. 자칫 큰 일로 번질 뻔했지만, 범죄예방교실과 꾸준한 상담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됐다. 김 경위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은 연락처를 적어뒀다가 개인적으로 상담을 신청한다”며 “가해 학생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정기적으로 열리는 범죄예방교실에서 왕따 당하는 친구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한다”고 했다.
5학년 박강후 군은 “평소 경찰을 무섭게 느꼈지만, 지금은 아빠처럼 편안하다. 앞으로 고민이 생겼을 때 도움을 받아 적극 해결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6학년 은초롱 양도 “이렇게 달콤한 솜사탕이라면 살이 찐대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솜사탕 데이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더욱 행복했다”고 귀띔했다.
학교전담경찰관들은 올해 상반기 동안 지역 내 학교를 돌면서 학생들에게 달콤한 추억을 선물할 예정이다. 김 경위는 “내년에는 어떤 이벤트를 열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 중”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