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케임브리지 대학이 1986년 폐지했던 자체 지필평가를 내년도 입학생 선발 전형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면접이나 토론에만 의지하기보다는 전공별 자체 지필평가를 1~2시간 이내에서 실시하겠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철학과 법 전공 지원자만 자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경제, 공학, 영어, 지리, 역사, 약학, 자연과학 전공을 희망하는 지원자는 면접을 하기 전 두 시간에 걸쳐 지필평가를 보게 된다. 컴퓨터 공학이나 교육학, 법학, 철학 전공 지원자는 인터뷰를 실시하는 당일 한 시간 동안 지필시험을 본다. 별도의 수학과목 시험(STEP)을 치른 경우나 인터뷰를 통해 소질을 인정받은 음악 전공 지원자는 지필평가가 제외된다.
샘 루시 입학처장은 “지필 평가는 지원자들의 학업 능력과 기초 지식, 캠브리지의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이수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판별하기 위한 귀중한 추가 자료가 될 것”이라며 “지필평가가 면접 전형 전에 학생을 탈락시키는 용도로 이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입학 전형의 공정성과 효과성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교사, 학생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추진한 것”이라며 “영국 전역 교사와의 간담회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전형 변화가 저소득층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입학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명문대 입학자를 배출한 적이 없는 지역이나 가정의 학생들이 면접에서 자신감이 많이 부족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오히려 지필평가가 이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인 A레벨 성적 우수자들이 사립학교에 많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대학 지필 시험이 공립학교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은 또 관련 전공에 대한 최신 정보를 파악하는 것 외에 지필평가를 위한 별도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지필평가 부활이 사교육을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학생들은 개인 교습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사립학교가 대입 전형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저소득층의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