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보건학교에는 ‘맥가이버 교사’가 근무한다. 몸이 불편한 제자들을 위해 ‘뚝딱뚝딱’ 무엇이든 만들어낸다.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생활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학생·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아이디어 삼아 직접 보조공학기기도 개발했다. 그 주인공은 육심용(56) 교사. 그는 23일 교육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선정하는 제5회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을 수상했다. 육 교사는 “이런 큰 상을 받은 건 학생들 덕분”이라며 “마음이 무겁다”고 소감을 전했다.
교단에 선 지 30년째인 육 교사는 평소 학생들에게 ‘자립심’을 강조한다.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특히나 노력한다. 그는 “하나에서 열까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며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직접 해내는 과정을 통해 용기, 자신감, 성취감을 느끼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보조공학기기를 발명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애학생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불편함을 덜어주고 싶었다. 가장 대표적인 보조기기는 ‘전동 흔들의자’와 ‘휠체어 및 다용도 보조등받이’다. ‘전동 흔들의자’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 장애 학생들의 장운동을 도와준다. ‘휠체어 및 다용도 보조등받이’는 승용차,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넘어지지 않게 몸을 고정할 수 있는 기구다. 현장체험학습 등 외부 활동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에 탁월하다. 지난해에는 지역 교육상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으로 보조기기 20여 개를 제작해 학교에 기증하기도 했다.
육 교사는 “학생, 학부모가 보조기기를 사용하고서 ‘편하다’ ‘좋다’는 말을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뭐든 척척 만드는 모습을 보고 학생들이 ‘맥가이버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면서 “고장 난 TV, 냉장고를 고쳐달라고 부탁하는 학생도 있었다”며 웃음 지었다.
그의 꿈은 제자들에게 취업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학생들의 불편한 점을 덜어주기 위해 함께 보조공학기기를 발명하고 특허까지 받는 게 목표다. 육 교사는 “취업이 어려운 지체 장애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보조공학기기 관련 회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국내 보조공학기기 시장이 커지길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현재 우리는 보조공학기기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요. 비싸도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현실이죠. 만약 학생들의 경험을 토대로 각종 기기가 개발된다면 이런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스승상은 우리나라 교육 발전에 헌신한 교육자를 발굴해 우리 시대의 참다운 스승상을 정립하고 스승 존경 풍토를 퍼뜨리기 위해 마련된 교육상이다. 수상자는 사례 발표, 수업 시연 등 외부활동을 지원 받을 뿐 아니라 교과협의회 지도, 현장 장학요원, 교원 연수·양성기관 강사 활동 등의 기회를 얻는다. 또 장기 해외연수, 학습연구년제, 수석교사를 희망하는 수상자는 우선 선발된다.
▨수상자 명단 △대상 육심용 대구보건학교 교사(홍조근정훈장) △특수교육 신정남 경기 아름학교 교사(옥조근정훈장) △초등교육 윤은주 경기 중흥초 수석교사(녹조근정훈장), 강상임 제주 곽금초 교장(옥조근정훈장), 서강석 충북 청주교대부설초 교감(근정포장) △중등교육 엄기훈 강원 춘천한샘고 교사(근정포장), 김선경 전남조리과학고 교장(근정포장), 김영자 부산 명호중 교사(근정포장) △대학교육 박정일 서울대 교수(녹조근정훈장), 홍성심 충남대 교수(근정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