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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성폭행은 중대한 교권침해, 근본적 안전대책 마련해야"

교총, 교원지위법·도서벽지 교사 배치 개선 요구
과도한 위원회 손질, 연립주택 형태 관사 필요

전남 신안군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CCTV 확충, 비상벨 설치 등에 대해서는 단순한 대증 요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교총 "교원지위법에 교육감 의무 명시해야"

교총은 이번 사건을 "중대한 인권·교권 침해사건"으로 규정하고, 근본적 안전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전남도교육청이 교육 중 발생한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건 발생 2주가 지나서야 교육부에 보고하는 등 늑장 대처한 것과 관련해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의 보완'을 요구했다.

이 법은 교권침해 발생 시 학교장이 보호조치를 한 후 공·사립은 교육감, 국립은 교육부 장관에 보고하도록 돼있지만 보고 받은 상급기관의 의무는 빠져있다. 교총은 교육감의 보고 의무도 명시해 신속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생이나 보호자가 교육활동 중 교원에 대해 폭행, 모욕 등을 한 경우'로 한정돼 있는 적용범위에 대해서도 '교육계 안팎의 큰 논란이 예상되고, 교육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경우'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또 "사건이 일어난 관사에 CCTV나 경비인력 등 범죄를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었다는 데 더 큰 문제점이 있다"며 도서벽지 및 농산어촌 지역의 학교 관사에 대한 실태조사와 안전대책 수립, 낙후지역 교원에 대한 근무여건 개선 등을 요구했다.

또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도서벽지 학교 교사 배치 제도 전면 검토 및 대안 마련 △교·사대 교육과정과 현직교사 연수를 통한 성범죄 대응 역량 강화 방안 마련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교육당국에 피해 여교사에 대한 법률적·심리적 지원과 재발방지책을 주문했다. 특히 언론 보도와 인터넷, SNS 등을 통해 피해 교사의 신상정보가 노출되는 2차 피해에 대한 적극적 대처를 당부했다.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엄벌에 처할 것을 사법당국에 요구했다.

△ 일선 교원 "교원 예우에 관한 특단의 대책 필요"

교원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관사 안전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도서벽지 학교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교사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 등이 결합된 총체적 문제라는 것이다.

경기 A초 교장은 "학부모의 우월적 지위감에서 나온 갑질 행태의 하나"라며 "교원 예우에 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남 B초 교사도 "교권 추락 정도가 아니라 교권을 내동댕이친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교육의 수치스러운 모습"이라며 "교권침해 행위에 대한 엄정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현실에 맞지 않는 학교운영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생 수도 얼마 안 되는 소규모 학교까지 무리하게 각종 위원회를 구성·운영하다보니 부적격 인사가 위촉돼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가해자 중 1명은 학운위 위원이었다.

경기 C초 교사는 "자신의 동의 없이는 학교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여교사에게 술 따르기를 요구하는 등 교권침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갑을 관계는 위원을 구하기 힘든 작은 학교일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위원회 축소를 포함해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서벽지 학교의 낙후된 근무여건을 지적하는 교원도 많았다. 경기도 섬지역의 A중학교 교사는 “도서벽지 학교는 업무량이 많고 거주 환경도 매우 안 좋아 자발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대로는 신규 교사가 마지못해 근무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서벽지 학교는 교원 한 명이 여러 학년의 여러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생 수는 적지만 학교별로 처리해야 하는 행정업무의 종류는 큰 학교와 별반 차이가 없어 업무부담도 크다.

춘천교대 출신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는 "CCTV 설치는 사후 대책일 뿐 절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관사가 외부 침입을 떠나 그냥 혼자 있기도 무서울 정도이다 보니 교대생들, 특히 여학생 중에는 벽지가 없는 대도시 지역만 지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근무하고 있는 청평에는 여러 학교 교직원이 함께 쓰면서도 개인 생활이 보장되는 원룸 연립주택 형식의 관사가 운영돼 만족도가 높다"며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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