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교원의 투개표 업무 동원이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예외없이 그대로 재현돼 한국교총을 중심으로 한 교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동원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교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국가차원의 막중 대사에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참여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교원들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교원집단을 개혁의 대상으로 매도하던 정부가 정작 필요할 때에는 학교현장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동원을 함으로써 느끼는 교사들의 자괴감이 큰 문제다. 투개표 업무는 원칙적으로 봉사업무 영역에 속한다. 봉사는 자발성이 핵심이다. 평소 가장 개혁이 덜 된 분야가 교육분야라느니 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던 정부가 정작 교원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양심적인 집단이라느니 학력수준이 높다느니 하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있다. 교원들은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다.
다음은 수업결손에 따른 문제이다. 서울시내 어느 초등학교의 경우, 37학급에 13명이 할당되었다고 한다. 동원 교사들이 밤샘 개표에 종사할 경우 다음날 수업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초등의 경우 정년단축 등으로 교사가 부족한 상황이라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수업결손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음에도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은 정부가 학생과 교사의 교육권을 가볍게 보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교원들의 자존심을 더욱 상하게 하는 것은 업무내용이 일반행정 공무원의 지시를 받는 단순 반복 업무가 대부분이고 그 보상액도 매우 미흡하다는 점이다. 몇 해전 투표업무에 동원된 여교사에게 한복을 입고 업무를 보조토록 해 교원단체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는 극단적인 예지만, 교사들의 대부분이 실제 업무내용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정부는 투개표 업무 장비의 전산화 등을 통하여 동원규모를 최소화하고 수당의 현실화 등 처우개선을 천명하고 있다. 교원 또한 선거가 국가 중대사인 만큼, 무조건적으로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든 크든 수업결손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것을 방치하는 정부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자원봉사자 확대를 통해 교원동원을 최소화하거나 장기적으로 전자투표제 도입 등을 통해 교사 동원의 수요 자체를 원천적으로 해소하는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