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인천항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됐던 해외 자율연수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한 순간 성취감과 함께 긴장이 풀린 탓인지 피로가 몰려왔다. 생애 첫 해외 배낭 여행을 다녀 왔다는 기쁨과 함께 가슴 한 켠에 남은 아쉬움과 정체 모를 씁쓸함의 이유는 바로 허물진 채로 팽개쳐져 있던 태왕릉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여태껏 고구려의 역사를 자랑스러운 민족의 역사로 믿어왔으며, 학교에서도 그렇게 교육 받아왔다. 한반도에 갇혀 살았던 민족이 아닌 거대했던 중원의 나라들과 대등한 힘을 지녔던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이유도 고구려의 힘찬 기상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고구려의 수도였던 국내성(지금의 중국 집안市)을 방문하고 나서 느낀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우리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고구려의 웅대한 기상을 150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집안(集安)이라는 조그만 국경 도시 가운데 초라하게 서 있던 국내성 성터, 방탄 유리 벽 속에 갇혀 있는 광개토대왕비와 중국 당국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던 광개토대왕릉(호태왕릉으로 추정되고 있음)은 차라리 여길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집안시 박물관의 광개토대왕비 탁본 앞에 쓰여 있던 안내문은 팀원들의 마음을 더욱 심난하게 했다. 고구려를 중원 왕조들의 지배하에 존재했던 일개의 소수 나라 중 하나로 규정지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얘기는 바로 고구려의 멸망은, 당나라에 의한 반란 집단의 토벌에 지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과연 어느 것이 진실인가라는 혼란과 동시에 현실적인 힘의 논리을 느낀 순간이었다. 지금 현재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향후 몇 십년 안에 미국과 어깨를 겨루게 될 것이라고 여러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서글픈 얘기지만 우리나라는 국제적 위상에서 이미 중국과 겨룰만한 힘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인 조건 면에서 불리한 우리들이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며, 교육자가 지녀야 할 역사관은 무엇인지, 이번 자율 연수가 내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