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과의 전쟁, 교원평가 제도 실시, 대한민국 엄마들의 치맛바람... 말을 다르지만 내포하는 의미는 매 한가지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져온 교육 불평등이 바로 그것이다. 얼마 열린 전국대학총장회의에서 노대통령은 대학은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머리 좋은 사람이 공부를 잘 한다' 는 말은 당연하게 들린다. 하지만 요즘엔 '돈 있는 사람이 공부를 잘 한다'는 말이 더 진실에 가까워 보인다. 기득권층은 비기득권층에 비해 질 높은 교육으로의 접근성이 훨씬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교육을 신분 상승의 거의 유일한 수단으로 생각해 왔으며, 어머니를 위시한 가족들의 역량이 자녀의 교육에 집중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기득권층이 공공히 형성돼 버린 요즘엔 그마나 그것조차 용이치 않아 보인다.
교육에 대한 투자와 공부로 인한 출세의 욕망은 비단 우리나라 만의 현실은 아니다. 몇 일 전에 읽은 '세계의 초등학생' 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는 교육 받을 권리와 기득권에 의해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맞벌이 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없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동생을 돌보고, 급식할 돈이 없어서 점심시간에 집에 뛰어가서 밥을 먹고 오며, 과외 활동은 생각지도 못하는 아이와 무상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공립학교 대신 노동자 한 달 최저 임금보다 학비가 비싼 학교를 다니며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아이. 인간은 평등하다는 말을 감히 할 수가 없을 정도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고찰 없이 교육을 그저 성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세태를 바라보고 있으며 안타까우면서 한편으론 '현실이 그런게 어쩔 수 있겠어'라는 푸념을 동시에 하게 된다. 말로는 평등과 공정한 경쟁을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모두 다른 출발선에 서서 시작부터 엄청난 차이를 경험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바르게 살아야 한다,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말을 해야 하는 교사의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괴로워 보이는 것은 오직 나 하나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