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학교는 9월 1일을 2학기의 시작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까 개학을 하고 1주일 가량은 1학기의 마무리 학습을 해야 한다. 2학기 교과서는 9월 1일부터 가지고 다녀야 한다. 어떤 때는 미리 앞당겨 비공식적으로 2학기 교과서 진도를 나가기도 하지만 ······.
우리 학급도 예외가 아니다. 1학기 단원의 끝부분을 약간 남긴탓으로 진도를 다 나가지 못한 과목이 있다. 그러나 방학 전에 2학기 교과서를 나누어 준 탓에 개학과 동시에 2학기 교과서를 가져오는 학생도 더러 있다. 한번 말하면 잘 알아듣지 못하는 1학년 이기에 몇 번씩 말하고 1학기 교과서를 가져올 것을 당부하였다. 그런데 늦은 밤 부재중 전화가 찍혀 통화를 해보니 선생님이 1학기 책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1학기 책을 다 버렸으니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자모의 전화였다.
'요즘 신세대 젊은 엄마들은 왜 그렇게 버리기를 좋아하는가? 우리 어렸을 적은 교과서밖에 볼것이 없었는데... 그 교과서값도 못내서 헌책을 반값에 사서 공부했던 시대도 있었는데 ······.'
아이가 1학년이면 엄마도 1학년이다. 1학년 담임은 아예 그렇게 생각하고 산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내일 여분의 책을 찾아서 줄테니 걱정마세요." 라고 안심시킨 후 학년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교과서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 엄마는 자기도 학창시절이 있었을 텐데······. 2학기가 되었다고 1학기 책을 버리지는 않았을 텐데······. 어째 그랬을까? 이해가 안돼 야속하기만 하다. 다시는 안 그러겠지?······. 우리 부모님들은 교과서며 공책이며 일기장 같은 것을 차곡차곡 모아놓으셨다가 시집간 딸이 친정에라도 들르면 "네가 쓰던 물건 다 저기 그냥 있다" 하시며 추억을 되살리게 하셨었는데······.
현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서는 참고서일 뿐이다. 학습목표에 도달하는데 교과서를 참고서로 이용하라' 라고 강조한다. 이는 무슨 소재이든지 교과서 밖의 것을 학습에 이용하라는 메시지다. 그래서 자료도 많고 학습 매체도 다양해진 오늘날이지만, 그래도 교과서는 항상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학생들은 교과서의 끝장을 넘겨야만 다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교과서만큼 보기 좋고 자세히 풀어 놓은 참고서도 없다. 교과서는 소설 읽듯 동화책 읽듯 읽기만 해도 답이 저절로 나올 만큼 쉽고 재미있고 훌륭하다.
그래서 수능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교과서를 철저히 공부했다고 한다. 간혹 동료 선생님들조차도 1학년 교실에 들러 여분의 교과서를 얻어간다. 어린 자녀나 주변사람들에게 주고자 함이다. 5년마다 교육과정이 바뀌어서 새 교과서를 보면 1학년 과정이 어렵다고들 한다. 그래서 어떤 엄마들은 집에서 미리 가르치고 싶어한다.
어떤 엄마는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도 구입해 놓고 자녀의 학습을 도와주는 것을 봤다. 그렇게 요긴하고 귀하게 간직하는 교과서를 없애는 것은, 군인이 전쟁에 나갈 때 총을 빠뜨리고 나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1학년 담임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반가운 소식보다는 일을 저지르고 난 후 수습차원에서 하는 전화다. '뭘 잃어버렸는데 찾아 주세요. 짝꿍 좀 바꿔 주세요. 오늘 어딜 가야 하니 일찍 보내주세요, ' 등등 오늘도 1학년 담임은 고3 담임 못지 않게 속 썩으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