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의 감동으로 꿈 속에서도 아름다운 춤과 음악으로 장애우들과 나눈 사랑의 언어들이 온밤 내내 여행을 하게 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감기로 며칠 동안 힘들어하던 아이들도, 약이 없이도 잠을 잘 잤습니다.
아침 6시가 못 되어 시작된 기도 시간에 맞추느라 내복 바람인 아이들이 바빴던 아침. 이 소화성 가정을 위해 온 식구가 마음으로 기도한다는 김미리 팀장의 숙연한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해져서 아이들도 그분들을 위해 준비하는 삶을 살겠노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지식의 높이보다 더 소중한 것은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거라는 평소의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오늘은 헤어지는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시 청소를 하고 주변을 정리한 우리들은 본격적인 장애체험 학습에 들어갔습니다. 4부 행사는 임금주, 김경란 선생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장애우들과 짝을 이룬 아이들은 그들의 손발이 되어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며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쓰며 헤어짐을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의 작은 손이 몸은 어른인 장애우들의 손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순간을 스케치하는 내 마음은 일렁이는 감동으로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지극한 기쁨은 지극한 슬픔과 같은 감정이라서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에 꼭 만날 것을 약속하는 아이들, 그분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마음을 담은 물질임을 알아챈 5학년 김성식 군은 그림 속에 돈다발을 그려서 놀랐습니다. 평소에도 마음이 따스하고 착한 아이라는 걸 늘 알고 있었지만 ... 자신이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어서 꼭 드리고 싶다고, 돈을 벌어야 할 목적이 생겼다고 말하는 그의 그림은 나를 참 많이 부끄럽게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눈을 가리고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바깥 나들이를 하며 잠시나마 시각장애우가 되어 그 불편함을 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을 갖고 그 느낌을 나누며 어렴풋이나마 한 순간이나마 그 분들을 이해하던 짧은 순간의 공부가 밑거름이 되어 이 땅의 수 많은 배형진같은 말아톤의 주인공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을 세워, 냉대하거나 단순히 동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인간애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마지막 행사는 '웰빙 과자 만들기'였습니다. 이 행사는 장애우들을 위해 먹거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소화 성가정의 진면목을 보게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장애우들은 보통의 정상인들에 비해 그 수명이 현저히 짧은 안타까움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식품으로, 직접 만든 음식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그 비결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뽕잎을 이용한 웰빙 과자, 타래과를 만든 것입니다. 힘들게 반죽을 하고 재료를 준비한 다음 아이들과 함께 모양을 빚어 바삭하게 구워낸 과자들을 마지막 행사로 같이 만들며 서로의 얼굴에 분칠을 해주며 좋아하던 모습은 이제 영상으로 남았습니다.
따로 선물을 마련해 가지 못한 우리 아이들은 그 곳에서 준비해 준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 주는 것으로 마음을 전하는 아쉬움을 안고 이별의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예쁘게 포장한 웰빙 과자 봉지를 이틀 동안 짝꿍이었던 어른 친구들에게 받아들고 포옹을 나누었습니다. 떠나오는 손길을 잡고 놓아주지 못하던 식구들의 눈빛과 아름다운 가족들을 남기고 원장 수녀님을 껴안던 나는 내내 참고 있던 눈물을 어쩌지 못해 기어이 울고 말았습니다. 인솔교사로서 끝내 참았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으니 아이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참 힘들었지요.
오늘의 행사는 모두 나를 위한 부르심이었다는 고백을 할 때 어머니처럼 다독이며 안아주신 원장 수녀님 품에서 흘린 눈물의 의미를 행동으로 보이며 살겠노라고. "내 앞만 보고 일만 하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며 나누며 살라는 목소리를 들어서 부끄러우면서도 행복하다고, 하나님을 향한 첫사랑의 순간을 되찾았으니 다시는 나만 보며 살지 않겠노라고."
이별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마지막 일정인 광주 국립박물관 견학을 위해 버스에 오른 우리들은 박은연 대리가 준비한 자장면과 탕수육 요리가 기다리는 멋진 식당으로 갔습니다. 점심을 먹은 우리들은 박물관 직원이 자세히 안내하는 대로 2시간 반 동안 역사 공부, 도자기 공부, 신안 해저유물 공부, 고려청자 이야기, 국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지쳐 있는 상태였지만 그래도 끝까지 따라다니며 열심히 듣는 모습에 박물관 직원들도 감동을 했답니다. 아이들의 자세가 참 진지하고 질문도 잘 한다고.
다시 2시간 동안 피아골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잠자는 아이들, 게임을 하는 아이들, 만화 영화를 보며 웃는 아이들의 음성이 자장가로 들렸습니다. 아이들 집에 전화를 하여 집으로 돌려보내고 1박 2일의 감동을 남기기 위해 나는 다시 학교로 들어와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리포트 3꼭지를 4시간 동안 올리면서 피곤함도 잊고 배고픔도 잊은 채 줄거운 숙제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가 아이들이 어른이 된 후에도 찾아볼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 헌신해 준 민간기업과 그 직원들의 노고를 잊지 않기 위해, 나의 사랑과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한 그분들을 위해 글을 남겨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나를 눕지 못하게 합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은 세상의 어떤 가치보다 앞서야 하는 나눔의 미학에 눈을 떴으리라 확신하며 학교 교육에서 가장 부족한 마음과 감성교육에 충실한 현장체험학습이었음을 자부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직된 제 자신의 욕심많은 일상을 돌아보고 단순해지는 삶이 무엇인지, 지식만 가르쳐 온 가벼운 입을 내려놓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감화시키는 향기를 지닌 한 인간으로 거듭날 출발선에 나를 세웠으니 이제야 사람 구실을 할 것 같습니다.
제7차 교육과정은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을 통한 살아있는 학습을 많이 권장하고 있는데,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에 장애우들과 만나게 하는 장애체험학습을 접목시켜서 어떤 현장학습보다 우선적으로 실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소중함, 어울려 살아가는 미덕, 자기 생명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만큼 아름다운 체험이 없음을!
가정에서 부모님들도 자녀들을 데리고 가셔서 봉사활동으로 참여해도 좋겠고 정기적으로 기부하는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줘도 매우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올립니다. 몸이 편한 것보다 마음이 행복한 이 순간, 제가 얻은 감동을 글로 쓰는 감사함까지 독자남께 바칩니다. 샬롬!
그리고 소화성가정과 같은 많은 시설을 돌아보아할 의무와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음도 알리고 구체적으로 도울 수 있는 분들을 찾고 싶습니다. 독자분 중에서 뜻이 있으신 분은 아래 연락처로 마음을 전하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현재는 재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개인 기부자가 매우 적다고 합니다. 자립을 중시하시는 원장 수녀님의 의견 때문에 홍보조차 하지 않으신 탓도 있답니다.
*우편번호 506-454 광주광역시 광산구 삼거동 607-5
시설명 : 소화성가정
윤 남원장(소화데레사) 전화 02)944-4037
찾아 가시는 길 : 비아(광산 IC진입)-좌회전(나주, 공항방향)-송정 영광통(지하도로 우회전)-영광방향 22번도로 진입-호남대 광산캠퍼스-송산교-삼도 소재지-도덕삼거리(좌회전 나주, 함평방향 300미터-소화성가정 시내 교통편: 광천공용버스터미널 500번(도덕 삼거리 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