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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우렁각시를 만나는 학교


오늘 아침에는 까치가 울었습니다. 날마다 눈 속에 출퇴근 하느라 힘들어하는 선생님들도 아이들에게도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에 들어와서 현관 앞에 오니 못 보던 상자 하나가 나를 반깁니다.

"선생님! 나눠 드십시오. 진호 아빠가"

작은 쪽지를 끼워 둔 귤 한 상자가 이른 아침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말에 아이들이 있는 장모님 댁에 들르시며 학교와 집에 똑같은 귤 한 상자를 선물한 진호, 진이, 진아 아버지인 정대용씨.

나는 그 분을 우리 학교의 우렁각시라고 부릅니다. 늘 몰래 아무도 안 볼 때 말없이 소문내지 않고 즐겁게 해 주시는 학부형이기 때문입니다. 저 귤 한 상자이면 우리 분교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며칠 동안 귀한 간식으로 충분합니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그 역설을 이 산골분교에서만큼 많이 누린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사랑이 많은 학부모님들이 사는 곳이라서 요새같은 폭설에도 우리 분교의 동네엔 눈때문에 피해를 받은 곳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따스한 온기로 세상을 녹이고도 남는 훈훈한 사랑을 간직한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산을 이룬 덕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얼마후면 겨울방학을 맞이할 분교는 적막에 쌓입니다. 새들만이 주인 노릇하는 한적한 겨울 날을 참 길게 느낀다는 아이들의 심심하다는 목소리가 방학이 오기 전부터 심심하지 않게 들려옵니다. 방학을 하면 멀리 떨어져 살아온 엄마를 보러 가는 아이만 셀렘으로 손가락을 꼽아봅니다.

나는 오늘도 아이들이 남기고 간 이야기 부스러기를 모아 둡니다. 기록으로 남지 않은 날은 살아 있는 날이 아니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으려고 다시 방앗간에 들렸다 갑니다. 우렁각시 학부형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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