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수학여행 3일째 되는 날(4월 14일). 오늘은 배를 타고 '우도'에 가야하기 때문에 다른 날보다 일기예보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래서일까? 눈을 뜨자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이 날씨였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다. 한편으로 왠지 불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만에 하나라도 비가 내릴 경우, '우도' 대신 다른 일정을 잡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사실 그랬다. 육지인 강릉에서 섬인 제주도로 비행기를 타고 수학여행을 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겐 좋은 경험이다. 하지만 이번 수학여행에서는 섬인 제주도에서 또 다른 섬인 우도로 가는 색다른 경험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아침 식사를 하고 나오는 아이들을 하나 둘씩 차에 태웠다. 어제까지는 교복을 입혀 여행을 하게 하였다. 그러나 오늘은 배를 타고 우도에 들어가야 하고, 성산 일출봉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자유복장으로 하게 했다.
첫 날(4월 12일) 제주 공항에 도착하여 지금까지 제주도 날씨는 불규칙적이었다. 바람까지 불어 춥기까지 했다. 오전 첫 행선지인 자연사 박물관과 성읍 민속마을로 가는 내내 그 생각으로 골몰하였다. 함께 동승한 여행사 직원이 내 마음을 읽었는지 제주도 날씨는 변덕이 심해 기상청 일기예보 또한 빗나갈 때가 많다며 위안의 말을 해주었다.
그 순간 차창으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로 인해 직원의 말은 오히려 우습게 되어 버렸다. 그러자 여행사 직원 또한 불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어딘가에 전화를 하였다. 잠시 뒤, 여행사 직원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우도로 가는 배는 운항이 된다며 걱정을 안 해도 되겠다며 이야기하였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우도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성산포에 갔다. 선착장에는 우도로 가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은 불었지만 바다는 생각보다 잔잔하였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배를 탄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마침내 배를 탄 아이들은 배가 서서히 움직이자 약속이라도 한 듯 환호를 하였다. 비록 긴 항해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
약 20여 분의 항해 끝에 마치 소가 드러누워 있는 모습을 한 우도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구름사이로 갑자기 햇살이 비치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 또한 신기한 듯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준비된 버스를 타고 우도팔경을 관광하였다.
특히 우도봉 정상에서 바라본 우도 전경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산호가 부서져 백사장을 이룬 산호사 해수욕장은 마치 남극의 어느 섬을 연상케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모래가 검은 검멀래 해수욕장은 동해안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곳이기도 하였다. 그 옆에는 밀물 때는 바다에 잠겨 보이지 않다가 물이 빠지면 동굴이 나타나 일명 고래 콧구멍으로 불리는 경안동굴이 있었다. 입구는 좁았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그 넓음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수동 해수욕장. 그 백사장에 펼쳐진 모래가 햇빛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우도에서 한 시간 반 가량 관광을 하고 난 뒤, 해녀들의 구성진 민요가락을 들으며 우도와 아쉬운 작별을 해야만 했다. 비록 짧은 관광이었지만 아이들에게 우도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으리라.
성산 항구에 도착하여 아이들의 하선을 확인하고 난 뒤 버스로 갔다. 아이들은 버스 안에서 아쉬운 듯 우도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은 입안에 무언가를 넣고 씹고 있었다. 갑자기 그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얘들아, 무엇을 그렇게 먹고 있니?"
"선생님, 교장선생님께서 저희에게 엿 먹였어요."
"그게 무슨 말이니? 교장선생님이 어떻게 했다고?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교장선생님이 너희에게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시는데. 버릇없이 굴면…"
"선생님, 그게 아니고요. 교장선생님께서 엿을 사주셨다고요. 선생님 것도 여기 있어요."
그 말을 하고 난 뒤, 아이들은 한바탕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수학여행 인솔 총책임자로 따라 오신 교장선생님도 아이들 농(弄)이 재미있어선지 멀어져 가는 우도를 차창으로 바라보시며 연신 입가에 미소를 지으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수학여행 마지막 일정까지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따라온 아이들이 대견스러워 교장선생님이 직접 성산포 부두에서 엿을 사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