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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토요일은 '가족에게 이메일 보내는 날'

월요일 아침. 늘 그랬듯이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이메일을 확인했다. 사실 특별히 정해진 누군가에게서 오는 이메일은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컴퓨터를 켜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스팸메일을 확인해 보는 것이 습관이 된 지도 오래다. 그런데 스팸메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안부편지'라는 제목과 함께 보낸 이의 이름이 낯익은 이메일 한 통을 발견하였다.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그 이름은 아버지의 함자(銜字)였다. 사실 이메일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설마 아버지가 내게 이메일을 보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다. 확인 결과, 아버지가 보낸 짧은 내용의 안부편지였다.

"때는 좋은 계절이라 노인들 살기에는 아주 좋은 시기라 생각이 든다. 가정엔는 별일이 없는지 궁굽 하구나? 출퇴근 시간 에 운전 에 항시 조심하여라? 아버지로부터."

비록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잘못된 곳도 있었지만 자식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희가 넘으신 아버지가 컴퓨터로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 시력이 좋지 않으신 아버지가 돋보기안경을 눌러쓰고 보이지도 않는 자판을 두드리며 자식인 내게 편지를 썼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기까지 했다.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문안전화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나이기에 그 죄송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요즘 아버지는 동네 노인회관에서 컴퓨터를 배운다고 하셨다. 그리고 며칠 전에 인터넷으로 이메일 보내는 방법을 배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근무하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내 이메일 주소를 알아 편지를 보낸 것이라고 하셨다.

퇴근 후, 나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아내와 우리 아이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처음에는 내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던 두 사람도 아버지에게서 온 이메일을 확인시켜주자 신기한 듯 계속해서 메일 내용을 반복해서 읽기도 했다. 특히 컴퓨터에 능숙하지 않은 아내는 조금 부끄러운 듯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막내 녀석에게 아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OO아, 할아버지 정말이지 대단하지? 연세도 많으신데?"
"아빠, 할아버지 이메일 주소 가르쳐 주세요."

"여보, 저도 이제부터 컴퓨터를 더 열심히 배울래요. 그래서 아버님께 꼭 이메일을 보낼 거예요."
"말로만 그러지 말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 보구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난 뒤, 내 편지를 기다리고 있을 아버지께 답장을 보내드렸다. 가끔 대할 때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사는 것에 늘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며 컴퓨터를 배우는 것에 반감을 갖고 계셨던 분이 이제 컴퓨터를 배워 자식에게 이메일을 보내시는 것을 보면 아버지 또한 시대적 조류에 어쩔 수가 없으신가 보다.

어쨌든 이번 일로 우리 가족이 좀 더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메일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하며 가족간에 쌓인 벽이 허물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토요일을 '가족에게 이메일 보내는 날'로 정해 실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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