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간혹 밥을 먹다 돌을 씹으면 애써 상을 차린 어머니는 물론이고 밥상에 둘러앉은 다른 식구들까지 무안해하고 미안해하며 돌을 씹은 식구의 눈치를 살피던 기억이 난다. 아주 간혹 생기는 일이고 더구나 그 많은 쌀밥 사이에 낀 돌 때문에.
또 있다. 옛날 중국에서는 종을 처음 만들 때 뿔이 곧게 나 있고 잘 생긴 소의 피를 종에 바르고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어느날 한 농부가 제사에 사용할 소의 뿔이 조금 삐뚤어져 있어 균형있게 바로잡으려고 팽팽하게 뿔을 동여매었더니 뿔이 뿌리째 빠져서 소가 죽었다. 이것이 '교각살우(矯角殺牛)'다.
바로 ‘많은 쌀밥 사이에 낀 돌’이나 '삐뚤어진 뿔', 그 조그마한 결점을 고치려다가 수단이 지나쳐서 오히려 큰 손해를 입을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학교 내 촌지 수수행위를 처벌하자며 국회에 발의하겠다는 가칭 ‘학교촌지근절법’이 그것이다. 그것도 다름 아닌 ‘스승의 날’에 발표한 것은 상식 밖의 처사이다.
우리는 오늘날 참으로 부끄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해 있는 부패, 그러나 교직은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 존경으로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집단이건만 그 부패의 연장선상에서 언제부터인가 촌지라는 흉기가 우리 교직사회를 불신의 나락으로 떨어뜨려 교사들을 절망하게 만들고 있다. 촌지, 이는 교단의 신뢰 회복 차원에서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진수희 의원이 말한 것처럼 교육현장에서 촌지를 근절하자는 기본적인 취지와 목적은 전적으로 동의하고 당위성도 근본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행법으로도 촌지수수는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으며 현재 이미 교육당국에서까지 성적조작, 성범죄 등 심각한 물의를 빚은 사람들을 ‘부적격교사’ 척결 차원에서 엄하게 징계함은 물론 영원히 교단에서 추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주체인 교원들의 명예나 자긍심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인이 인기에 영합해서 소수의 극히 예외적인 특수한 경우를 침소봉대하여 여론의 충동적 감수성에 호소해서 법안을 만들려는 것은 옳지 않다.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에 불을 지르겠다’는 것인가, '소뿔을 바로잡으려다 소 잡는(矯角殺牛)' 발상이다. 이 땅의 모든 교사들이 촌지를 관행적으로 받는 파렴치범으로 세상에 각인하는 처사이고, 학부모들이 국민 세금으로 하는 공교육을 믿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교육을 부추기는 악법이다.
이로 인하여 무엇보다도 선량한 대부분의 교사와 학생들이 심각한 혼란과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악법을 제정함으로써 학생들과 교사 사이에 도덕성의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은 고스란히 서로에게 상처가 되어 결국 학생들은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불신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교단이 이렇게 추잡하고 비도덕적인 모습으로 각인되면 어느 학생인들 교사를 스승으로 믿고 따르겠는가.
현행법 상에서도 얼마든지 ‘쌀밥 사이에 낀 돌’이나 ‘초가집에 있는 빈대’ 같은 ‘촌지수수’ 문제를 척결할 수 있다.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제도나 처벌로 해결하기에 앞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선생님을 존경하는 문화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명예와 신뢰가 바닥을 친 지금 교직사회 구성원 모두는 뼈를 깎는 자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선생 김봉두”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천에 옮김으로써 도덕불감증으로 얼룩진 유혹과 불신의 고리를 끊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