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을 떠난 지 4개월 겨우 100일이 지났지만, 이제는 까마득한 옛날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 동안 그 만큼 잊고 살았다는 말이 될 것이다. 사실 나는 그 동안 여기저기 봉사활동을 나다니면서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를 지경으로 바쁘게 살아 왔다.
그 많은 시간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반의 이야기를 하려니까 공연히 기분이 좋아진다. 왜냐하면 우리 박물관을 찾은 많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들 중에서 가장 모범이 되는 참 스승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을 만나면 공연히 내 자신이 그런 훌륭한 선생임이라도 된 기분이 되고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에 약 300여명이나 되는 단체 예약이 되어 있어서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관람을 할 수 있게 해줄까 생각을 하다가 일단 같은 유치원생들을 실제로 관람 가능 인원의 한도에 조금 넘더라도 함께 관람을 하도록 시키고, 다른 유치원을 다음으로 관람시키는 방향으로 조정을 하였다. 처음 들어온 어린이들은 인원이 많아서 함께 관람을 하는 동안 상당히 시끄럽고 차례로 구경을 하기에 적당치 않았으나, 자기들의 시간 운영상 어쩔 수가 없다고 헤서 일단은 함께 관람을 허락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예상을 했던 것처럼 상당히 소란하고 사진사가 사진을 찍으면서 소란을 떨어서 더욱 시끄럽고 제대로 관람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분 적으로 나누어서 관람을 하게 하고 인솔하면서 설명을 곁들인다면 잘 될텐데 그것을 잘 못하고 있어서 보조를 해보았지만, 너무 많은 인원이라서 좀처럼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 박물관 측에서도 미안하였지만, 선생님들도 자신들의 시간 운영에 맞추어 주었으면, 이런 분위기에 맞추어서 어린이들을 잘 이끌어 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했다. 약 40분 동안에 5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서 다음 반이 대기를 하고 있으니 교대로 관람을 하도록 하자는 부탁을 듣고서야 인솔을 해서 내려갔다.
마지막 한 반은 약 30명쯤이나 되는 아이들이었다. 박물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가 다가가서 "어린이들이 많아서 조금 시끄럽고 제대로 관람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여긴 어린이들이 만지고 체험을 하는 공간이니까 만지고, 직접 조작을 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나중에 반드시 제자리에 되돌려 정리해 두도록 이야기 해주세요. 필요하시면 설명을 해드리고 같이 조작을 하는 방법을 보여 드리기도 하니까요."
하고 당부를 하였다. 선생님은 잘 알겠다고 하고서는 다른 반이 나가자 어린이들을 데리고 박물관 안에 들어섰다. 그리고는 찬찬히 설명을 하면서 주의할 점을 알려주고 관람을 해야할 순서를 정해서 관람을 하게 해주었다.
어린이들이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찾아서 흩어지자 어린이들이 하는 모습을 살피다가 좋은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조작 방법을 알려도 주고, 한 동안 정말 진지하게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조작을 하는 기회를 주었다. 조금 있다가 아이들이 실증을 느끼는지; 조금 뛰는 아이들이 생기자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고 나서 과제를 얼마나 했는지 확인을 해보았다.
"장독은 어디 있어요?"
" 썰매는 어디 있죠?"
"옷감을 공부하려면 어디서 해야 하나요?"
정말 찾아보았는지 공부한 것들을 확인하고서 탁본을 시키는데 2인 1조로 하여 한 사람은 잡아주고, 한 사람은 탁본을 뜨게 해서 어른들처럼 완전한 작품을 만들게 해주었다.
초등학교 중학년 정도 되는 어런이들도 혼자서는 제대로 잘 하지 못하는 작업이었는데 이렇게 하니까 아주 멋지게 성공이었다. 탁본뿐만 아니라 박물관 관람 태도도, 관람하면서 배운 내용도, 그리고 정리 정돈을 하는 모습까지 어느 것도 유치원 어린이들로서는 너무 훌륭하게 잘 해주었다.
작업이 끝나자
"자, 이제 갈 거예요. 혹시 자기 물건 놓고 가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세요. 없어요?"
"예."
어린이들은 살펴보지도 않고 우선 대답부터 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다시
"자, 그럼 이제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없는지 살펴보고 모두 주어가지고 가야죠?"
"예."
제비 새끼들처럼 입을 모아 대답을 하고 나서, 선생님이 가리키자 모두들 여기저기를 살펴보면서 조그만 조각이라도 주었다.
"자, 우리들에게 잘 안내해주신 선생님들께 인사하고 갑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린이들은 손을 흔들면서 박물관을 나섰다. 너무 귀엽고 선생님의 가르치는 모습이 자랑스러워서 우리 자원봉사자들도 문 앞에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들어 주고 어린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해주었다.
마지막 나가는 선생님을 붙들고 어느 유치원 누구냐고 물었다. 이렇게 훌륭하게 어린이들에게 철저하게 가르치고 진정 사랑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의 이름은 서울 오류동에 있는 일신유치원의 무지개 반 담임 이경하 선생님 이셨다. 모든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한결 같이 입을 모아서 칭찬을 하였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어린이들을 박물관 안에 풀어놓고 자기들 끼리 이야기를 나누거나, 어린이들의 사진을 찍기에 정신이 팔려서 뛰고 달리고 소란을 피워도 모르고 있기도 하고, 그냥 방치를 해두는 경우가 많았었다.
"저 반의 어린이들은 정말 행복한 어린이들이네요. 참으로 훌륭한 선생님에게서 배우니 얼마나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