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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영어마을에 참가하자!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매체를 통해 영어교육 관련 기사를 접하게 된다. 모 방송사는 <영어, 변해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특집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늘 지적하는 대로 딱딱한 학교 영어수업시간을 비판하고, 충분한 문화접촉이 없으며, 학교에서 영어시간의 비율이 적음을 지적했다. 아이들은 정형화된 수업시간에 일방적인 선생님의 강의에 익숙해져 있고, 교과서와 칠판으로만 이루어지니 50분의 수업시간이 지겹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한 해 미국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에 유학과 어학 연수비로 나가는 돈이 7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많은 돈을 들여 자녀들을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 내가 과외하는 고1 학생 역시 기말고사가 끝남과 동시에 호주로 어학연수를 계획 중이다. 그는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임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나가서 다양한 문화체험을 통해 영어를 배울 생각에 매우 들 떠 있다.

이 학생의 경우 집안 사정이 넉넉한 편이라 이런 기회가 있을 수 있지만 서민들은 한 달에 500~600만원씩 들여 내보내는 어학연수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애를 태우고 있다. 그래서 그 동안 영어와 관련된 여러 대안들이 나왔었다. 영어공용화, 내국인을 위한 24시간 영어방송, 영어몰입교육, 학교 원어민 영어교사 배치, 학교 내 영어지역 설치 등등 영어교육의 발전을 위해 제안된 것들이 많이 있다. 모든 것들을 다 끌어안기에는 우리의 상황에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지금, 영어마을, 영어체험공원 등 수많은 영어프로그램의 등장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직접 가본 영어마을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대표적으로 경기영어마을은 마치 영어권 국가의 한 도시를 축소해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빨간 전차가 지나가는 거리 곳곳에서는 외국인들이 춤을 추거나 마술을 선보여서 거리문화를 느낄 수 있었고, 곳곳마다 마주치는 외국인들로 인해 외국인의 만남이 조금 덜 낯설었다. 마치 내가 한국이 아닌 미국의 작은 도시에 서 있나? 정도의 기분이 들었다. 영어마을 내 원어민 교사들은 철저한 절차를 통해 선발된 영어교육자격증 소지자들이다. 요리교실, 음악교실, 체육교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이 실제 교사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수업시간을 구성하고 있다.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영어와 문화를 익힐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여기서 일주일 가량의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영어가 능통해지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영어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단기간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어학연수에 버금가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영어마을의 성공여부는 국내 다른 지자체뿐만 아니라 우리처럼 영어를 제 2외국어로 배워야 하는 다른 나라에도 큰 교훈을 주리라 생각한다. 목표어에 대한 충분한 노출이 있을 때 목표어로 대화할 수 있는 의사소통능력을 효율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Scarcella, 1990)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와 같이 영어에 지속적인 노출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없는 국가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은, 이중언어 국가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제한된 환경에서 최고의 영어학습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 일환으로 나온 것이 이런 영어마을이나 영어체험공원이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에 영어사용국가에서 제공하고 있는 수많은 영어프로그램을 그대로 도입시킬 수도 없고, 그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 우리에게 맞는 프로그램만 선택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기훈련을 통하여 과연 어느 정도의 교육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영어프로그램 사업에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영어교육을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봤을 때, 나는 영어마을의 장점을 강조하고 이런 장점을 최대화시키는데 주력하자고 말하고 싶다. 첫째, 영어마을은 해외연수와 비교해 보았을 때 경비 면에서 매우 경제적이다. 둘째, 영어마을 내의 연구진들이 한국 학생들의 특성과 필요에 알맞게 프로그램의 교과과정을 구성하고 조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마을 내의 교사들뿐만 아니라, 영어교육과의 교수와 대학원생들의 도움을 함께 받아 다듬고, 수정하여 융통성있게 진행하고 있다. 셋째, 학교에서 진행되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뿐만 아니라 문화라는 체험을 포함시켜 7차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다양한 과제중심(task-based)활동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활동은 학생들로 하여금 흥미를 가지고 영어를 알고자 하는 동기를 자극시킨다.

의사소통능력을 중시하는 영어교육과정에서 영어체험프로그램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야말로 아주 중요한 과제이다. 영어교육의 발전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 학생으로 내가 바라본 영어교육 현장은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세계화로 인해 더 많은 발전과 획기적인 방안을 강요받고 있다. 이런 강요를 얼마나 조화롭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느냐는 아주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영어마을의 등장과 함께 계속해서 발전과정을 보고 있다는 것은 아주 긍정적이다.

영어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이런 영어마을과 같은 모형을 응용하여 더 좋은 방안을 개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영어에 대해서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급하게는 안된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꼼꼼히 따져서 선택된 것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효율성을 끄집어 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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