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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공교육과 사교육, 동행은 힘들까?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는 너무 활기차다. 이것을 활기차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먹는 학생들, 수학수업이 끝난 학생들은 또 다른 영어학원으로 이동하느라 바쁘다. 아이들이 나오길 기다리는 수많은 부모님까지 명동거리 남부럽지 않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방학을 기점으로 대치동뿐만 아니라 전국의 학원가들은 방학특강에 들어갔고, 대학생들은 개인과외활동에 매우 바쁘다. 지금은 방학이니까 2학기를 준비하고, 1학기 때 부족했던 과목을 보충해야 하므로 사교육으로 학생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비단 방학 때만일까?

아니다. 지금은 학교수업이 없으니까 그나마 조금 여유로운 학생들이다. 학기 중에는 학교와 학원 등의 사교육을 병행하느라 학생들의 몸은 두 개라도 모자라다.

고1 남학생이 있다. 그는 마포에 모 고등학교에 다닌다. 영어교과서에 필기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다. 부모님이 물어보신다. 왜 이렇게 깨끗하냐고. 그는 대답한다. 학교수업시간에 재미없고 지루해서 매일 잔다고,

그러나 그는 학원에서 매우 열심히 공부한다. 졸지도 않고, 졸리면 커피를 마시며 세수를 하고 와서 다시 시작한다. 연습장에 단어정리, 문법정리, 중요구문에는 형광펜으로 색칠하고 별표를 진하게 새기며 매우 적극적으로 영어를 공부한다. 학교 교과서는 매우 깨끗하나 학원교재는 선생님 말씀을 100% 맹신하며 열심히 한다.

왜 학생들은 이렇게 공교육을 버리고 사교육에 매달리는가? 여기서 우리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장단점을 살펴봐야겠다. 공교육은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수년간의 현장에서의 경험과 지식을 가진 최고의 전문가들에 의해 교육과정이 정해지고, 엄격한 임용고사를 통과하여야만 교단에 설 수 있다.

하지만 공교육의 단점은 한 교사에게 맡겨지는 많은 학생 수, 양질의 교재나 교육시설의 부족, 교사의 능력 부족, 한번 만들어진 교육과정이 바뀌는데 걸리는 많은 시간과 절차 등이 있다. 이에 비해 사교육은 시설이나 교재가 좋고, 영어인 경우 외국인 강사도 풍부하며, 수업시간이나 과정이학부모나 학생의 수요에 맞게 유연하게 구성될 수 있다. 하지만 사교육은 아직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지 않은 채 그때그때 요구에 맞게 쉽게 바뀌어 큰 그루터기를 만들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원, 과외의 수요가 급증하자 연신 언론에서는 ‘공교육의 부실’ 탓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왜 사교육의 수요가 급증하는 것이 학교교육 탓이기만 한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대학입시 경쟁의 과열’에 따른 수요 공급의 원리를 요구하는 사회는 잘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의 사교육 열풍은 대학서열화에 따른 과도한 대입경쟁체제 및 수학능혁시험이 가장 큰 요인이고, 사회전반에 만연된 학벌주의와 경쟁원리도 가세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수능방식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져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선 혼란이 생기고, 이런 혼란을 학교에서 전달받고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은 강남의 큰 학원에서 열리는 입시설명회를 찾아간다. 학생들의 성적관리를 성적이 나오는 학교에 가서 상담을 받기보다는 학원에 가서 유명한 강사나 개인 과외교사와 상담하여 관리하려고 한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대책 수리의 기본 방향으로 ‘공교육의 내실화를 통한 학교교육의 신뢰제고’를 첫 번째로 꼽았다. 물론 공교육에 내실을 기함으로써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공교육이 강화되면 사교육은 멈출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식들이 남들과의 경쟁에서 1등이 되고 더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여전히 학원이나 과외와 같은 사교육으로 해외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사교육비 증가 얘기만 나오면 도마 위에서 난도질되는 공교육에 대한 비판은 이제 방향을 조금 돌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오늘날 공교육이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정부의 원인 진단과 처방 방안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사교육 비판, 더 이상 현실과 동떨어진 공허한 정책만 수립해 놓고, 결과적으로 사교육을 부추기는 우를 범하지 말자. 교육이란 단시간에 변화되는 일이 아니다.

교육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도 않고, 어떤 특정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학교와 가정과 사회, 학생과 선생님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언니, 오빠, 학원, 언론, 친구들과 다 함께 조화를 이루었을 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공교육을 비판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사교육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발전시키는 데 더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많은 교육의 현실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개선되어나가야 하며 연구해야 할 범위가 넓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데 고생이 따르지만, 이만큼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게 되고, 그 발전방향에 관심이 갖게 된다.

학생들은 더욱 더 열심히 공부하고, 교사는 더 열심히 새로운 교육아이템과 교수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하며, 학부모는 비판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교의 발전을 위해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바라보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학원강사들은 선행학습과 보충학습이 함께 이루어지도록 도와주고, 언론매체들은 교권추락, 촌지와 같은 부정적인 기사로만 심층 분석할 것이 아니라, 개선되고 좋아진 교육의 현장을 심층보도하며, 교재출판사들은 좀 더 쉽고 재미있는 교과서와 보충교재의 개발을 위해 노력해주고, 교육위원 등 교육과정을 만들고, 시험을 출제하는 교육전문가들은 좀 더 정확성과 전문성을 기해주고, 교육청이나 교육인전자원부와 같은 이 모든 교육의 전반을 관리, 통제하는 곳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맞는 교육을 제안하고, 다른 국가의 좋은 교육사례들을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보완하여 지시내릴 수 있도록 힘써야 하겠다.

이렇게 사교육과 공교육 어느 하나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사교육과 공교육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의 교육은 더욱 발전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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