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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졸속 '학교급식법' 재개정해야

국민적 충격이 컸던 사상 초유의 학교급식 사고에 대하여 국가질병관리본부의 원인규명이 실패했다. 정부 주도의 최종 역학조사에서 원인균인 노로바이러스의 구체적인 감염경로를 밝히는 데 실패함으로써 이른바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애매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앞서 국회 교육위원회는 위생관리와 감독체계 부실, 이윤추구에 급급한 위탁급식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며 직영급식을 원칙으로 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학교 급식에서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밝혀내고 구체적인 개선책을 내놓지 못한 채 처리함으로써 정치권과 교육부에 의한 정략적 졸속법안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제주도는 학교급식을 100%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시범 지역으로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급식지역이라는 격려를 받아왔다. 그러나 매년 4~5건의 식중독 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집단 식중독 사고 등 문제점을 여전히 안고 있다. 이렇게 모범적인 직영급식이면서도 똑같은 문제점이 나타난다면 급식사고의 문제는 제도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무슨 제도이든 운영 방법 내지는 관리가 중요한 것이지 제도가 잘못되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직영이든 위탁이든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단점은 없애고 장점을 신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따라서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 전에 다음과 같은 미흡한 부분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학교장의 책임이 지나치게 커지는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음식물 책임배상보험’ 등 각종 보험가입을 통하여 위험에 대한 대비책이 갖춰진 대형 위탁업체와는 달리 학교에서 사고 발생 시 정부에서조차 정확한 원인규명이 곤란한 현실에서 학교장과 소속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책임을 학교 측에 전가시키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이렇게 되면 학교장 등 교직원은 학생의 학력신장이나 장학활동 등 고유 업무보다는 사고예방을 위해 급식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함으로써 학교의 교육력이 약화될 것이며, 급식사고가 나더라도 학교 내에서 은폐 또는 축소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둘째, 급식체제에 관계없이 원재료가 오염된 상태에서는 집단 식중독을 방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직영체제라고 해서 기업이윤을 증대시키기 위해 식자재를 공동으로 구매하거나 가격 급등에 대비한 저장 관리가 가능한 대형 위탁업체와는 달리 학교는 이런 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에 대처하기 어려워 반드시 양질의 식재료만 사용하거나 예산이 크게 절감된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전문업체 이상으로 공동 전처리시스템, 첨단 설비․시설 활용 등 첨단 식품산업기술을 활용하고 적용 관리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전문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소요예산 우선 확보 없는 직영 전환은 구호에 불과하다. 학교가 직영으로 전환하는 데는 시설개선 등 대략 2억 원 이상씩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된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위탁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함으로 발생하는 시설ㆍ운영ㆍ인건비 등 추가비용을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지방교육청의 지방비와 교부금으로 충당토록 했다. 이는 그러잖아도 열악한 지방예산을 감안하면 개정 법안이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 졸속법안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국가차원의 충분한 예산 지원이 안 될 경우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최소한의 시설과 인건비 외에는 투자를 피함으로써 안전과 급식의 질 저하가 염려되며, 결국 급식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각각의 운영제도를 분석함으로써 단점은 없애고 장점을 신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개정될 학교급식법은 제도 자체보다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질 좋은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국민 식생활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마련하는 데 초점 맞춰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 대안 없이 직영 의무화한 교육위원회의 졸속 ‘학교급식법’ 본회의 통과 전에 반드시 재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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