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 시끄러운 전화 벨 소리에 잠이 깨었다. 전화를 받은 아내는 학생 같다며 나에게 수화기를 건넸다. 전화를 받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반 아이였다.
"선생님, 저 OO인데 방학 잘 보내고 계세요." "그래, 너도 방학 잘 보내고 있지? 그런데 아침 일찍 웬일이니?"
그 아이는 안부 인사를 간단히 하고 난 뒤, 전화를 건 이유를 말했다.
"선생님, 저 지금 봉사활동 가려고요. 그런데 일 년에 몇 시간 정도 해야 하는지 몰라서요."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많이 해두면 유리하겠지." "그런데 봉사활동 점수가 대학입시에 중요한가요?" "대학입시보다 봉사활동을 통해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단다. 그런데 어디로 가려고 하니?" "예,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가려고요." "그래, 아무쪼록 사고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녀와."
사실 학기 중에는 수업과 야간자율학습 등으로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는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해 보건대 방학이야말로 그나마 아이들이 시간을 내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는 사람들의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곳(관공서, 양로원, 고아원, 시립복지원 등)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곳에서는 아직까지도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봉사활동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봉사활동 또한 교육과정의 일부분으로 한 시간을 하더라도 아이들 스스로가 몸소 체험해 봄으로써 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실질적인 봉사활동 시간보다 부풀려 봉사활동 시간을 부여한다면 아마도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은 결국 요령뿐 일 것이다. 봉사활동이 대학진학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진정 사랑을 나누어주는 아름다운 행동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
자식의 일류대학 진학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우리나라 학부모의 경우 자식을 대신하여 봉사활동까지 떠맡아 한다고 한다. 하물며 봉사활동점수가 대학입시전형에 반영된다고 하여 아이들이 하지도 않은 봉사활동을 생활기록부에 허위로 작성하여 발각된 경우가 지난해 입시에서 드러났다.
대학은 입시에 봉사활동 점수를 반영함에 있어 좀더 객관성을 띤 입시기준안을 마련하여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양(봉사시간)보다 질(봉사내용)을 더 중요시하여 아이들의 인성을 가늠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기쁨은 나눌수록 배가되고, 슬픔은 나눌수록 반’이 된다는 말이 있듯 우리 아이들이 이웃 사랑의 실천을 통해 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비록 몇 시간의 봉사활동이지만 그 아이는 분명 땀 흘려 일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보람을 얻어 돌아왔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