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참, 이럴 땐 무슨 단어를 써야 하나? 커닝, 표절, 베끼기, 복사, 인용, 재탕…?"
나라가 이상하게 돌아가다 보니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커닝을 하는 세상이 되었다. 바로 김신일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 사람이 교육수장이 된다는 사실이 국가적 수치다. 그런데 그는 수치조차도 모르는 것 같다.
9월 15일자 조선일보는 기사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어! 답변이 똑같네"이다. 그래도 중앙지라 품위를 지켰다. 리포터라면 "교육부장관도 커닝을 하네"이다. 보도에 의하면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으로부터 서면질의를 받은 김신일 교육부총리 후보는 김병준씨의 청문회 때 답변서를 베껴 제출했다는 것이다.
주 의원은 “김병준 전 부총리 청문회 때 보냈던 내 서면질의 문항 중 6개를 김신일 후보자에게 그대로 물었는데, 김병준 전 부총리의 서면답변서와 거의 100% 같은 답변서를 받았다”면서 답변서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불성실한 답변을 할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참고자료로 써준 답변서를 그대로 옮긴 데 따라 발생한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리포터는 이같은 상황을 이렇게 보고 있다. 김병준 전 장관이나 김신일 후보자나 머리속에 든 것도 없고 소신도 없고 교육철학도 없는, 교육부장관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부적격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고 본다.
즉, 두 사람은 교육부 관료들의 손에 놀아 나거나 관료들의 생각을 아무 생각없이 받아 들이는 꼭둑각시 내지는 허수아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요즘 흔히 쓰는 말로 '개념 없는 사람'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후보자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물은 것이지 교육부의 입장을 듣고자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또 교육부에서 참고자료를 받았으면 자기 의견을 넣어 고치는 것이 당연할 터인데 그냥 제출했다는 것은 답변에 성의도 없고 그 동안 학자로서의 소신을 접기로 작정하지 않고는 그럴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지역교육장도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할 때는 장학사들이 쓴 초안을 심사숙고하여 다듬는다. 문구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자기 교육철학을 반영하고 내용, 예의, 사후 조치까지 세심히 신경을 써 답변에 임하는 것이다. 장학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교육장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김 후보자는 지역교육장만도 못한 행위를 한 것이 된다.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교육부 관료들이 써 준 것을 그대로 제출하다보니, 그것도 전임 장관의 청문회 때 썼던 것을 재탕하다 보니 교육부 관료의 생각을 대변한 꼴이 된 것이다.
웃기는 일이다. 아니 웃을 수도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교수가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어 주었는데 A라는 학생과 B라는 학생의 답안지가 같다면 선생님이나 교수는 그 학생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그 답안지 채점을 어떻게 할까? 불문가지이다. 바닥 점수인것이다. 내용의 수준을 떠나 도덕성 면에서 빵점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명문 대학교수라는 지성인이라는 사람이, 국무위원이 될 사람이 대명천지에 국민에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버젓이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학교에서는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을 꾸짖기도 어렵게 되었다. 교육을 총 책임져야 할 사람이 커닝을 하는 판국이니 학생들이 그를 본받았기로서니 무엇이 그리 잘못된 일인가?
교육부장관, 아무나 하는 것 아니다. '코드 장관'이 되어서는 아니 되고 '코드맞추기'에 앞장서는 사람이 되어서도 아니 되는 것이다. 대통령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장관은 교육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의 눈치를 보는 장관은 국민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국민을 생각한다면 '교육적 소신'을 굽히지 않고 대통령에게 '충정어린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못한다면 그 자리에서 미련 없이 내려와야 하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자리'에 미련이 있어서, '자리'가 탐나서 학자로서의 소신을 바꾸었다고 믿고 싶지 않은데…. 이런 말이 쟁쟁하게 들린다. "꿈에서 깨어나라고. 이게 우리나라 현실이니 똑바로 보라고."
이번 김신일 내정자 교육부장관 인선, 잘못되었다. 국민들은 아무 것도 기대할 것 없다. 아예 없는 것만 못하다. 그대로 강행하면 또 국민 혈세만 낭비하게 된다. 교육장보다 못한 사람이 교육부장관이라니? '2류, 3류가 판치는 게 참여정부의 실상'이라는 말, 여기에도 적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