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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맑은 물 흐려놓는 공직사회의 온정주의

지난 6월8일 경기도교육청 대강당에서는 본청직원 및 수원시내 각급학교 교직원 7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투명사회 실현을 위한 공무원 행동강령 실천결의 및 청렴교육 연수회”가 열렸다.

김진춘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투명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공직자의 청렴만이 살아남는 길이며 누구보다도 청렴해야 될 교직사회가 온정주의로 인해서 편견에 빠지는 일이 없어야한다”는 요지로 인사말을 하였고, 또 연사로 나선 국가 청렴위원회 이영근 정책기획실장은 청렴4대원칙으로 시스템 바꾸기, 의식의 문제, ․엄격한 적용, 평가와 홍보 등을 열거하면서 청렴은 몇몇 사람이 만이 아닌 모든 국민의 참여로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실로 이 모임은 시의적절한 연수회였고 강연내용 또한 하나도 버릴 것 없는 백번 옳은 주장 들이였다고 생각한다. 바라건대 모든 공직자들이 이와 같은 연수에 참여해서 이들의 주장을 따르고 실천한다면 우리사회가 청렴한 투명사회로 변화할 날은 머지않을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위와 같은 연수회는 될 수록 자주 열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공직사회에 윤리강령이 없어서 그리고 행동강령에 대한 실천 연수회가 없어서 청렴풍토가 형성되지 못했다고 말 할 수 있겠는가? 고위공직자일 수록 그리고 직책상 부정 비리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 공직자 일수록 투명과 청렴을 소리 높여 외쳐왔고 내가 그 누구보다도 투명하고 깨끗한 사람이니 너희도 이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엄벌에 처하겠노라고 늘 엄중한 훈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부정과 비리는 오히려 늘어만 가고 그에 따른 대다수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 속에 공직자들에 대한 신뢰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물론 여기에는 개인의 인성 ․ 제도적 측면 ․ 사회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을 분석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위에서 김 교육감도 지적한 온정주의가 바로 그 것이다.

「온정주의(溫情主義)」의 사전적 해석은 두 가지 이다. 하나는 “아랫사람에게 동정심이 있는 태도로 대하려는 생각”이며 또 한가지는 “노사문제를 합리적 계약관계가 아닌 온정적 관계로 보고 자본가의 자발적인 노동조건의 개선으로 노사대립을 해결하거나 미리 방지하려는 사상”이다.

여기서 후자의 해석은 차치하고, 전자의 해석으로 본다면 온정주의 그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만 단정 지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좋은 의미에서 상관은 아랫사람을 늘 동정하고 이해하며 잘 보살펴 주어야 함은 당연한 도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온정주의가 오용되고 편파적으로 발휘되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온정주의가 혈연, 지연, 학연, 이권관계(利權關係) 등 온갖 인연(因緣)에 얽매여 특정인에게 만 베풀어지는 가운데 그로 인하여 정당하게 대우를 받아야 할 사람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 때문에 맑은, 맑아야 할 공직사회의 물을 흐려놓고 있는 것이다. 승진, 보직, 상벌, 민원, 재무, 회계, 감사 등 모든 부문에서 작용하는 이 부정적 의미의 온정주의는 그야말로 청렴사회의 암적 존재임이 틀림없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이 되었을까?”
“아마도 윗사람에게 잘 보였겠지”
“이런 사람이야 말로 꼭 ○○이 되어야 할 훌륭한 사람인데 아마도 빽이 없었나 보지”
“저 사람은 저만한 일로 중징계를 받았는데 이 사람의 비리는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도 처벌을 받기는커녕 기고만장하고 있군”
“저사람 봉급은 얼마나 되기에 저리도 호화판인가?”
“아마도 바다이야기 해서 대박이라도 터뜨렸나 보지”

이런 시중의 이야기들이 그저 쓰잘데 없는 쑥떡 공론에 불과한 소문일까?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리는 없다.

모든 부정 비리는 언제나 상대적인 개념이다. 부정비리를 요구하는 자와 이에 부화뇌동하거나 방조하는 자들이 비밀리에 저지르는 공동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한편 혹은 복수의 당사자들만 나무라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 그야말로 온 국민이 이에 유혹되지 않고 과감히 물리치며 그에 그치지 않고 늘 부릅뜬 눈으로 감시하는 파수꾼 역할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 했다. 우선 윗 사람이 모범을 보인 후에 아랫사람을 엄히 다스려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공직 기강이 바로 설 것이고 청렴사회로 가는 길엔 희망이 보일 것이다. 온정주의라고 하는 미꾸라지 몇 마리가 온 물을 흐려 놓는 오늘 날의 교직사회를 포함한 모든 공직사회는 하루 빨리 못된 미꾸라지의 훼방이 발붙이지 못하게 막아 저 물밑 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디맑은 청렴의 연못으로 가꾸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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