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은 우리 동네 한가운데 있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학교이고 사용권은 당연히 학교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사용은 학생들의 학습활동이 절대 우선이고 그 다음이 일반인나 단체의 요구에 따라 개방될 수 있지요.
모든 학교들이 이 원칙에 따라 <운동장 개방활용 규정>을 정하고 대개 휴일에 한하여 사전 계약한 경우에만 유로이건 무료이건 운동장을 개방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규정 없이 무제한으로 방치한다면 학교운동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누구나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운동장 사용을 둘러싸고 불만과 갈등과 다툼이 끊임없이 일어날까요? 원인은 단순합니다. 사용하는 분들의 약속 불이행에 제일 큰 원인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정한 규정을 전혀 무시하고 사전 허락 없이 무단 사용을 하는 경우와 또 계약은 하였으나 계약사항 즉, 사용시간, 인원, 금지행위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문제의 발단이 되지요. 그렇다면 그들에게 주의를 환기시켜 규정을 지키게 하던가, 안되면 아예 사용계약을 해지하고 사용을 금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 하겠지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휴일에 학교에는 용역 당직자 한사람이 학교를 지키고 있는데 그 당직자의 통제를 순순히 따르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운동에 열중하며 나름대로 즐거움에 푹 빠져있는 사용자들은 학교 선생도 아닌 당직자(대부분 60세 이상 고령자)의 말 쯤에는 오히려 짜증을 내며 욕설을 내뱉기도 합니다. 아니,어떨때 이를 보다 못한 학교장이 직접 나서 설득해도 듣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학교는 이를 막을 아무런 강제권이 없습니다.
사용시간을 무한정 어기는가 하면 사용인원도 기하급수로 늘어나 혼잡을 야기하기도 하는 데, 이는 사용이 허락된 팀 이외의 다른 여러 팀을 게임상대로 불러오는 경우로, 때로는 그 팀들의 가족까지 동반되어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례도 많습니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신성한 학원의 학습의 장(場)임을 망각하고 마치 유원지나 유흥장에서나 벌일 수 있는 문란행위를 자행하는 경우 입니다. 요즈음은 웬만한 유원지에서도 금하고 있는 취사, 음주, 고성방가, 거친욕설, 쓰레기 마구버리기, 방뇨, 수돗물 열어놓기, 웬통 알몸의 흐트러진 자세로 아무데나 뒹구는 모습 등.
아마도 아직까지 기억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방송과 신문에 대서특필로 보도된바 있었던 운동장 사용문제로 빚어진 안타까운 사건. 지난해 이맘 때쯤 경기도의 어느 두 학교에서 잔디운동장을 보호하기 위하여 주민의 사용을 통제하자 주민들의 반감이 극도로 표출됐던 사건, 하나는 사립중학교의 잔디운동장을 허락 없이 사용하며 학교측의 만류를 끝까지 듣지 않자 운동장 가운데 트럭을 세움으로서 사용을 막았던 사건입니다.
또 하나는 역시 농촌의 한 초등학교에서 규정을 어기는 사용자 단체에게 규정준수를 호소하는 학교장에게 폭언과 폭력을 휘둘렀고 그로 인하여 급기야 사용 불허를 당한 단체가 불허를 완전히 무시한 채 막무가내 무단 진입코자 하였고 이 같은 다수의 물리력을 막을 힘이 학교에는 없었기에 극단적인 조치로 잔디 일부를 훼손하는 방법으로 이를 막고 교문밖의 보조운동장을 사용토록 하였던 바, 이에 불만을 품은 사용자 단체가 자기들의 지역이고 모교인 학교운동장을 왜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느냐 그따위 교장은 당장 물러가라고 프랭카드 들고 머리띠 어깨띠 두르고 꽹과리 치며 웨쳐댔던 그때 그 사건.
아시다시피 조그마한 공립 초등학교에서 잔디 운동장을 가꾸고 유지 보수해나간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인근에 소문이 자자하고 부러워하는 잔디 운동장이었습니다. 학교운동장은 우리 귀한 자녀들이 학습하고 뛰놀며 심신을 단련하는 곳이지 일반인들이 더구나 지역의 졸업생들이 모교라고 해서 맘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극단의 집단 이기주의 내지 지역 이기주의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물론 운동장이 학생들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또한 학교측의 독단으로 운영되는 곳도 아닙니다. 위의 두 학교에서 취한 조치가 물론 운동장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였다고 말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사태가 그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는 데 대한 반성은 양측 모두가 해야 하며 그 이후 어느 학교에서든지 운동장 사용을 둘러싼 분쟁은 없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크고 작은 분쟁은 요즈음도 끊임없이 인터넷에 오르고 있으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귀한 자녀를 믿고 학교에 맡기는 학부모와 또 학부모 이면서 동시에 졸업생이고 지역주민인 분들과 그 밖에 선의의 요구자 모두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장은 우리들 공동의 마당입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내 집 안마당이 아니지요. 그렇기 때문에 서로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그 약속을 지킬 때에만 비로소 학교운동장은 아름답게 가꾸어지고 유지될 수 있으며 <우리동네의 마당>으로 거듭 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는 좀더 여러 사람이 골고루 운동장 사용의 기회를 갖을 수 있도록 운동장 개방 운영의 묘를 기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제재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운위,체육진흥회,동문회등 지역사회단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요청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합의하는 약속을 정하고 정해진 약속을 꼭 지켜 <우리의 마당>을 공유하며 가꾸어 나가야 하겠다는 간절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