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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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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사물놀이에 대한 소박한 꿈

99년 울산교육연수원에 교육연구사로 6개월 간 근무할 때 수련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사물놀이를 지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의 사물놀이 지도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저가 사물놀이를 좋아하니 자연적으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학생들과 어울렸습니다. 수업은 자기가 재미가 있어야 시간도 잘 가고 학생들도 신이 나지 않습니까?

사물놀이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고 그저 어깨너머로 배운 게 전부입니다. 그러니 더욱 공부하게 됩니다. 서점을 다니면서 관련 서적을 구하려고 애를 쓰게 됩니다. 교재를 보고 또 보고 합니다. 교재에 따라 연습을 합니다. 나름대로 수업 구상을 합니다.

사물놀이 자진모리의 기초 가락은 이렇습니다.

[쇠] 땅도/ 땅도/ 내 땅/ 이다. 조선/ 땅도/ 내 땅/ 이다. 내 땅/ 이다/ 내 땅/ 이다. 백두산/ 땅도/ 내 땅/ 이다.
잰재 잰재 잰재 재잰/ 재잰 잰재 잰재 재잰/ 잰재 재잰 잰재 재잰/ 재재재 잰재 잰재 재잰/
[장구] 합 합 합따 쿵따/ 합따 쿵따 합따 쿵따/ 합따 쿵따다 합따 쿵따/ 합따다 쿵따다 합따 쿵따/
[북] 강 약 약 약 / 강 약 약 약/ 강 약 약강 약/ 강약강 강약강/
[징] 징 / 징 / 징 / 징

첫 번째 꽹과리 연습은 이렇게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양손으로 자기 허벅지를 치게 하고 그 다음에는 양손으로 왼손은 쇠 역할, 오른손은 채 역할을 하였습니다. 다음은 소북을 가지고 꽹과리 대신 해서 치게 한 다음 어느 정도 가락을 익히고 나면 꽹과리를 치게 하였습니다.

두 번 째 장구 연습을 하였습니다. ‘합’은 양손 함께 치고, ‘따’는 오른손만 치고, ‘쿵’은 왼손만 칩니다. 꽹과리 연습과 같이 양손으로 허벅지를 치게 한 다음 어느 정도 익숙 되면 장구를 치게 합니다. 세 번째 북 연습을 하였습니다. 북은 바로 합니다. 하나,둘,셋,넷, 강,약,약,약 식으로 합니다. 마지막으로 징을 치는데 하나,둘,셋,넷 하면서 박자를 짚어나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부분 연습이 끝나고 나서 함께 맞추어 보면 수련생 모두가 신이 납니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어 우리가 평소에 듣기만 하던 음악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내니 신기합니다. 웃음이 나옵니다. 스트레스를 풀 듯 마구 두들겨댑니다. 예술적인 맛은 없더라도 전통가락을 충분이 맛보리라 생각하니 나도 절로 흥이 나서 꽹과리 신나게 칩니다.

처음에는 수련생의 모습이 자못 긴장합니다. 신기한 듯 표정이 굳어 있다가 함께 연주하면 그 때부터 흥분되고 신이 납니다. 이것이 우리 전통의 음악이고 가락이며, 맛이고 멋입니다. 두 반(한 반-120명)을 지도하고 나면 목이 다 쉽니다. 어깨가 아픕니다. 귀가 멍멍합니다. 그래도 보람을 느낍니다. 이것이 전통음악이 주는 매력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수련회 끝나는 날 학생들의 소감문을 보면 사물놀이에 대한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재미가 있다고 합니다. 가장 많이 떠올립니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더 배웠으면 합니다.수련회 소감문을 하나 소개해 봅니다.

학성여자고등학교 12기 4생활실 2번 성명 이가영

"수련회라고 해서 친구들끼리 놀고...먹고...자고...만 하는 줄 알았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재미난 교육도 많이 받고 국토순례도 하고 단체기합까지 받았다. 교육 중에서는 사물놀이가 제일 재미있었다. 악기를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나에게는 더욱 더 그랬다. 나는 ‘북’을 맡았는데.... 장구. 꽹과리. 징. 소고... 모두 화합하여 잘 연주해 나갔다. 우리들이 열심히 하니까 선생님두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이제 3일간의 일정이 끝났다. 학교에서 좀 벗어나나 싶더니... 학교와 다를 것 없이 생활했다. 그러나 협동심... 부지런함... 등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생전 잘 안개는 이불까지 개고 아침에 일어나서 체조도 하고...집으로 돌아가게 돼서 너무 기쁘다. 하지만 이곳 생활도 너무 즐거웠다. 머릿속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렇게 지도를 한 것은 순수하게 자신이 나름대로 공부해서 지도한 것이라 더욱 뿌듯했습니다. 어디 교과서를 보고 배운 것도 아닙니다. 어디 교재를 보고 배운 것도 아닙니다. 어디 학원가서 배운 것도 아닙니다. 어디 연수원에 가서 연수를 받은 것도 아닙니다. 저 나름대로 교재를 보고 지도 계획을 세워 지도했던 것입니다.

저는 사물놀이에 대한 소박한 꿈이 있습니다. 사물놀이에 대한 바른 이해와 청소년들의 연습마당을 제공하는 것과 동아리 활동으로 선생님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교재의 보급과 사물놀이의 구체적인 지도방법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것입니다.

사물놀이를 통해 굿이나 하고 미신 섬기는 것으로 사용하지 말고 청소년의 건전한 놀이를 위한 것으로, 온 국민을 하나로 묶는 것으로, 월드컵 축구대회를 비롯하여 각종 대회에 응원하는 것으로 사용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바르게 사용되어져야 사물놀이를 더욱 사랑하게 됩니다. 아무 누구도 거부감이 없이 배우려고 할 것입니다.

이제 사물놀이가 미신이다, 굿이다 하는 미개국의 수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물놀이를 우리 고유의 전통음악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물놀이를 순수한 우리의 음악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좋아하던 리듬을 잘 배워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사물놀이는 더욱 발전하게 되고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더욱 우리의 것으로 사랑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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