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텔레비전에서는 조기영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어린 학생들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한 조기유학에 대한 보도를 다루었다. 부모님들은 한달 수입을 거의 다 쏟아부어서라도 자녀들의 어학연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은 힘들어도 자녀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다면 이 정도의 고생은 감수할 수 있다는 그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다들 어학연수를 위해 영어권 국가로 나가고 있는 이 현실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그 중 현재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도입하는 제도가 좀 더 빨리 이루어지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어과 교육이 도달하고자 하는 ‘의사소통 능력 배양’과 ‘외국문화 이해’가 원어민 영어교사의 도입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까? 교육부는 원어민 보조교사를 올해 말까지 1천 950명으로 늘리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2010년까지 3천 6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2천 900명으로 증가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즉 2010년까지 원어민 보조교사를 모든 중학교에 최소한 1인씩 배치하고, 초등, 중등학교에도 원어민 영어교사 1인 배치를 적극 권장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원어민 교사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5월 원어민이 1명이라도 배치된 학교는 전국적으로 볼 때 초등학교 799개교 중 14.2%, 중학교 640개교 중 21.8%, 고등학교 402개교 중 19.2%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주 한 남자 중학교 영어 수업교실에 참관하였다. 원어민 교사들이 열심히 이야기 하고, 수업을 끌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었으나, 대다수의 학생들은 무관심하게 보였고, 옆 친구에게 원어민 교사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보느라 정신 없었다. 원어민 교사 역시 학생들의 표정으로 분위기는 파악한 듯 했으나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한국인 영어 교사는 원어민 교사가 학생들의 영어회화실력향상을 높여주리라 기대하고 있으나 사실 현실상황은 조금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일부 잘하는 학생들도 있었으나 수업이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고, 우리 나라가 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도입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
현재 영어교실에서 한국 영어교사가 못하는 부분을 원어민 교사가 채워줄 수 있을까?
실용적인 영어를 제공하고 의사소통에서의 실제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데 있어 원어민 영어교사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예산 등 현실적인 학습 여건으로 모든 학교에서의 원어민 배치가 어려운 현 시점에서, 원어민이 담당하고 있는 몫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원어민 교사를 도입했을 때의 장점은 무엇일까? 학생들의 원어민 공포증이 해소되고, 학생의 영어능력이 배양될 수 있다. 듣고, 말하기 중심의 영어교육 목표에 맞추어 생활영어 중심 교육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대화를 나눔으로써 원어민 교사들의 정서나 의식구조를 직접 이해하고, 체험하고, 이러한 이해를 기본으로 삼아 한국인 자신의 가치와 문화적 전통을 더욱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고 그들에게 전달하는 연습을 조금이나 할 수 있다면 원어민 교사의 도입은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고려해야 한다. 원어민 교사가 교과진도에 맞춘 수업을 진행할 수는 없다. 그래서 교과진도의 부진으로 입시교육에는 부적절할 수 있다. 1주일에 한 두 시간 정도의 수업배정이기 때문에 회화능력을 향상시키기에는 쉽지 않다. 그리고 원어민 교사가 우리 나라 학생들의 영어 학습 스타일과 불일치 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교육이 필요한데 아직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원어민 교사가 한국 학생들의 문화와 공부스타일을 이해하는 것은 영어회화 수업을 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원어민 교사 영입은 한국 학생들에게 영어 대화 능력을 키워주려면 당연한 정책이다. 원어민 교사들의 영어교육이 한국 학생들의 영어실력향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원어민 수업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계획, 수업모형 개발이 병행되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영어교육 전문가인력을 확보하여 원어민 교사의 정확한 도입취지와 목적이 바르게 시행되어지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함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