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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가르치며 사랑하며

◀ 현수의 가출 ▶

A선생이 막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서려는데 손에는 책가방을 들고 등에는 작은 배낭을 멘 현수가 노크도 없이 현관 안으로 들어선다. 인사도 건너뛴 채 다짜고짜 “선생님 나 가출해야겠어요.”하며 가방들을 거실바닥에 내동댕이치는 게 아닌가.

“아니 가출을 하다니 너 그게 무슨 소리니?”
무엇보다 1학년 어린아이 입에서 나온 ‘가출’이란 말이 놀라웠고, 왜 그런 결심을 했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우선 현수를 붙잡아 앉히고 저녁상을 다시 차려 먹이면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현수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해에 어머니가 집을 나가 소식이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와 단 두식구가 살고 있었다. 다행이 폐가처럼 허물어져 마당과 지붕에 잡초가 무성할망정 내 집이 있어 셋방살이는 면하고 있었지만 세간 살이 하나 제대로 갖춘 것이 없고 작동도 제대로 안되는 휴대용 가스버너와 냄비와 양재기 그리고 수저 몇 개에 넝마처럼 낡고 더러운 이부자리, 다 벗겨지고 문짝도 제대로 붙어있지 않은 장농 하나가 전부였으며 그밖에 냉난방 시설이나 취사 세탁시설 같은 것은 아예 있지도 않았는데, 설령 있다고 하여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 뻔한 것일테니, 현수 아버지는 현수에게 한번 도 밥을 지어 먹인다든지 빨래 목욕을 시켜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고물에 가까운 용달차 한대를 몰고 아침 일찍 나가면 저녁 늦게서야 들어오는 아버지가 어디 가서 무엇을 하는지, 용달차는 단지 교통수단으로만 쓰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장사나 배달이라도 하는 건지 현수는 알지 못했고 묻지도 않고 있었다. 매일 아침에 현수에게 버스비도 하고 식사와 군것질을 하라고 돈 몇 푼을 주고 나가는 것이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때문에 현수는 하루에 단 한 끼 학교 급식 때라야 식사라는 걸 해보는 그런 일상생활이었으며 따라서 제시간에 등교를 해 본적이 없고 사흘이 멀다 하고 결석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A선생은 현수가 1학년에 입학할 무렵에 이곳 W학교로 부임해오면서 현수네 동네로 이사를 와서 살고 있었고 현수를 담임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엔 현수의 가정형편을 자세히 모르고 있던 터였다.
현수는 이제는 정말로 아버지가 미워서 더 이상 같이 살 수가 없고 더구나 오늘 아침엔 현수를 때리며 학교에도 못 가게 했기 때문에 가출을 결심했다고 한다.
현수의 이야기를 듣던 A선생의 아내가 하도 기가 막혀 물었다.
“그래 가출을 하면 어디로 갈 생각이니?”
“큰아버지 집에 갈래요. 거기가면 큰어머니가 잘해주고 형도 있고 누나도 있어요.”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현수를 보살펴 주겠다고 데려 간적은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현수를 잘 돌봐주고 그 동네에 있는 S초등학교에 전학까지 시키려고 했는데 어쩐 일인지 그때마다 아버지는 현수를 억지로 도루 데려오곤 했다고 한다.

A선생 내외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현수를 큰댁에 위탁하는 것이 현수로 보나 현수 아버지의 처지로 보나 여러 면에서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큰댁의 전화번호를 물었으나 기억이 안 나고 주소 역시 모르지만 찾아가는 길은 알고 있으니 선생님이 큰댁에 데려다 달라고 매달린다.
현수 아버지와 상의해보고 싶지만 지금 어디 있는지 언제 들어올른지도 모르니 내일이라도 만나 이야기하기로 하고 우선 현수를 큰댁으로 데려다 주기로 하였다.
아홉시가 가까운 봄 밤.
현수를 태운 A선생 내외의 승용차가 깜깜한 밤길 이십리 길을 이리 저리 더듬어 현수의 큰 아버지 댁을 가까스로 찾을 때는 밤 아홉시가 훨씬 넘은 시각이었는데 큰아버지는 ‘내 이럴 줄 알았다’ 면서 현수를 데려다 준 A선생내외에게 백배사죄하며 이제 현수는 자기 집에서 책임질 테니 안심하고 돌아가시라고 한다.
“부끄럽습니다. 제 동생이지만 현수 애비는 너무도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이예요. 요즘에는 병적인 증상도 보이는 것 같고 도무지 제 말을 듣지 않는 군요. 현수를 여기서 보살피려 해도 금방 데려가 버리곤 했지요. 이번엔 제가 현수애비를 단단히 타이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현수의 위탁 보육문제가 일단 해결 되었다고 한숨을 돌리며 A선생내외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출근한 A선생이 현수 담임 여교사 L선생을 만나 어젯밤 일을 큰 공이나 세운 듯이 이야기했더니
"담임도 아니면서 선생님 정말 수고 많이 하셨군요. 그런데 그게 헛수고가 되고 말았으니 어떡하면 좋아요."
“네? 헛수고가 되다니요?”
“현수 아버지가 오늘 아침에 현수를 다시 데려왔어요.”

다음날부터 A선생의 부인이 옷소매를 걷고 나섰다.
현수를 저대로 내버려두고 보고만 있을 순 없다고 하면서 당분간 현수를 맡아 엄마 노릇을 하기로 하였다.
현수를 하교와 동시에 A선생 집으로 데려다가 우선 목욕부터 말끔히 시키고 새 옷을 갈아입히고 식사를 제때 제대로 차려주고 숙제지도를, 아니 숙제는 둘째 문제이고 한글 깨치기와 기본 셈 부터 본격적으로 지도하기 시작하였는데 정해진 시간외에는 TV까지 과감히 꺼버림으로서 주의집중을 유도하기도 하였다.
한편으로는 역시 학부모인 동네 미장원 아줌마에게 부탁하여 현수의 이발을 정기적으로 해주도록 하였고 현수가 자주 가는 PC게임방에도 찾아가 현수가 학교를 거르고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드는 걸 막아달라고 당부하는 등 현수가 안정된 환경 속에서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의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제 멋대로 생활하던 현수에게 매일 목욕을 시키는 일, 제시간에 식사하는 일, 한번 빠지면 헤어 날 줄 모르는 TV시청을 통제하는 일, 식구끼리도 예의를 지키고 대화를 회피하지 않기 등 새로운 규칙생활에 처음에는 도무지 적응하려 하지 않던 현수도 점차 태도의 변화를 보이며 다른 사람은 몰라도 A선생 부인의 말이라면 ‘네 알았어요 사모님’ 하면서 고분 고분 믿고 따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모님’ 의 헌신적인 봉사도 현수 아버지에게는 오히려 반감을 일으킬 징조가 보이자 현수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있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현수를 집으로 보내주어 그가 화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현수를 그렇게 보살핀지 한달 쯤 지났을까, 드디어 현수 아버지가 현수를 A선생 집에 보내기를 거부한 것이다. 자기도 일을 나가지 않은 채 현수 붙잡아 놓고 학교도 보내지 않으며 밥도 제대로 먹이지 않고 라면이나 과자 등으로 끼니를 잇게 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니 현수 아버지와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A선생 사모님의 현수 엄마 노릇은 잠시 중단 될 수밖에 없었다.

그해의 제헌절 날은 며칠 전부터 시작된 장마가 최고조에 달하여 집중호우로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홍수 피해가 연일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이 고장에도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일직 근무를 하던 A선생이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다가 머리를 갸웃거린다. 백오십 미터쯤 떨어진 큰길에서 버스를 내려 학교로 진입하는 길을 향하여 우산도 없이 폭우를 맞으며 터벅터벅 걸어오는 아이가 아무리 보아도 현수가 틀림없는 게 아닌가.
우산을 들고 황급히 뛰어나간 A선생이
“너 현수 아니냐? 오늘은 쉬는 날인데 학교엔 왜 오는 거야. 이비를 다 맞고”
“네? 오늘 학교에 안 오는 날인가요?”
요 며칠 새 결석을 했으니 제헌절이 뭔지도 모르는 현수로서는 당연한 등교였다.
아버지 때문에 못나오던 학교를 마침 아버지가 외출한 틈을 타서 제 깐엔 큰 용기를 내어 등교한 것이다.

◀주인 없는 돈다발▶

그럭저럭 2학년이 된 현수.
여름방학이 가까워 올 무렵 현수는 상상치도 못할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다.
어디서 난 돈인지 만원권 지폐 한 다발을 들고 다니며 상급생 동급생을 막론하고 자기와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는 아이들에게 인심 좋게 나누어주고 그것도 모자라 과자 사탕 장난감 등을 사서 나누어주는 선심 베풀기 대작전을 벌인 것이다.
제일 먼저 이 사실을 알게 된 A선생은 담임 L선생과 함께 진상조사에 나서는 한편, 현수가 뿌린 백만원으로 추정되는 현금을 회수하는 일을 서둘렀다. 일부는 현수의 가방 속에 남아있었고.
“현수야. 절대로 야단치지 않을 테니 그 돈 어디서 난건지 그것만 말해봐.”
“돈이요? 우리 아버지가 준 돈 이예요.”
“아버지가 그 많은 돈이 어디 있으며 그렇게 많이 너를 줄 리가 있니? 바른대로 말을 해라.”
현수는 막무가내 처음과 같은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현수가 말썽쟁이 이기는 해도 도벽은 보인 적이 없다는 걸 잘 아는 담임 L선생과 A선생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 현수 친구들 중 부모님이 장사를 하거나 해서 돈을 많이 취급하는 집에 연락해서 잃어버린 돈이 없는지 알아봅시다.”
그러나 구멍가게를 하는 섭이네 집, 주유소를 하는 현이네 집, 식당을 하는 근이네 집 등 모두 알아보았지만 현수가 더러 들린 적은 있지만 도둑맞은 돈은 없다는 것이었다.
또 현수가 가끔 나가는 C교회에 주일날엔 헌금한 돈이 아주 많은 데 교회 사람들은 그돈을 챙기는 데에 별로 주의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교회에도 알아보았으나 잃어버린 돈은 없다고 했다.
생각다 못한 A선생과 L선생은 교감선생님을 동행하여 현수 아버지를 찾아갔다.
돼지우리 같이 어지럽혀진 방구석에서 현수 아버지는 술에 취한건지 잠에 취한건지 몽롱한 눈빛으로 일어나 앉는다.
“현수는 그 많은 돈을 아버지가 주셨다고 하는데 정말이세요?”
“보시다시피 제가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처지에 돈은 무?돈이 있겠습니까?”
“글쎄, 그래서 더욱 이상하다는 겁니다.”
“애들 공부나 잘 가르치지 뭣 땜에 남의 집에 찾아와 간섭을 하십니까? 현수가 돈을 어디서 나서 얼마를 썼건 나는 모르는 일이니 참견 말고 돌아들 가세요.”
“아버지께서 준돈이 아니라면 문제가 큽니다. 그렇게 되면 남의 돈을...”
“내참, 선생이란 사람들이 현수를 도둑으로 만들 참이요?”
대화를 더 이상 나눌 상황이 아님을 알고 선생님들은 돌아오고 말았으며, 다행이도 회수된 돈은 칠십여 만원임을 보아 아마도 현수가 들고 다니며 뿌렸던 돈 다발은 백만원이 아니였나 추정을 하면서 주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회수된 전액을 현수의 저금통장에 넣어두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을 지었다.

그런 저런 우여곡절이 연속되는 가운데 어느덧 해가 바뀌어 현수는 3학년이 되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초가을로 접어들면서 학교에서는 가을 운동회 연습이 한창이었다.
그 날은 모처럼 현수도 등교를 하여 운동회 연습에 참가한 걸 보면 아버지가 아마도 어디에 나가고 부재중이었나 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잠시들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현수가 어디서 났는지 커다란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신나게 A선생과 L선생이 있는 교실로 들어오면서
“선생님! 우리 엄마가 왔어요.”
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어쩔 줄 모른다.
정말로 현수 엄마라는 분이 교실로 들어섰다.
그 뒤에는 먼 친척 오라버니라고 소개하는 남자 한사람이 따르고 있었고.
“정말로 반갑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수를 위해서 잘 돌아오셨어요. 현수야 넌 정말 좋겠다.”
어쩌면 현수와 현수 아버지보다 A선생과 L선생이 더 현수 어머니의 귀가를 환영하는 듯하였다.
“그리고 A선생님 사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 대신 현수 엄마노릇을 단단히 해주셨다니...”
“아 뭘요. 그저 제 아내는 늘 내 자식이나 남의 자식이 귀한 건 마찬가지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 해결을 못해드린 게 있는데, 참고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돈 다발 선심 사건내용을 대충 듣고 나자 현수 어머니는 의외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돈은 집안에서 난걸 거예요. 현수 아빠는 전에도 제볍 큰돈을 곧잘 집안 구석 같은데다가 몰래 감춰두는 버릇이 있었거든요.”

◀어머니 선생님▶

다음날.
현수가 어제 엄마가 사 입힌 깨끗한 옷차림에 그 커다란 장난감 로봇을 들고 늦으막히 등교했는데 웬 일지 그 표정은 시무룩하기만 하여 까닭을 물으니
“우리 엄마는 또 가버렸어요. 이번에도 재결합이 안 되는가 봐요.”
하는 게 아닌가. 어린 아이가‘재결합’운운하는 것이 어이없기도 하면서도 설마 어디 볼일로 나갔겠지 하였더니
“우리 아빠는 어제 들어오지도 않았는 걸요,"
"그래? 왜 그러셨을까?"
"몰라요. 엄마가 미운가 봐요. 그런데 엄마는 장롱 속만 죄다 뒤져놓고 그냥 가버렸어요.”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종잡을 수 없어 A선생과 L선생은 어안이 벙벙하여 한참을 골똘히 생각에 잠기다가 급기야 동시에 두 사람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현수 엄마는 아빠와 현수의 표현처럼 재결합을 위해서 온 게 아니고 뭔가를 요구하러 왔던 게 틀림없다. 같이 왔던 그 남자는 분명 동거하는 사람이고, 그런데 현수 아빠는 그날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현수의 돈다발 사건에서 힌트를 얻은 그녀는 혹시나 감추어 둔 돈다발이 또 있나 하여 장롱 속을 샅샅이 뒤졌으나 실패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린 것’이라고...

A선생 부인은 이제 현수 아버지가 뭐라고 하던 개의치 않고 현수를 다시 불러들여 전처럼 뒷바라지를 계속하였다. 현수 아버지가 찾아와서 항의 비슷하게 투덜대면
“현수 아버지. 아무리 형편이 어렵더라도 아이만큼은 돌봐야 할 것 아니예요? 현수에게는 누구보다도 엄마가 필요해요.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제가 잘 돌볼 테니 안심하고 하루 빨리 마음 정리하고 일이나 열심히 하세요.”
하고 냉정히 충고하니까 비실비실 물러나곤 하는 것 이였다.
담임 L선생은 멀리 외지에서 통근을 하기 때문에 하교 이후의 지도는 못할망정 현수의 학교생활에는 각별한 관심을 쏟아 온힘을 기울였고 다른 모든 교직원들도 현수를 동정하며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현수는 3학년이 되었다.
이제는 제법 말귀도 알아듣고 사람을 보면 인사도 건넨 줄 알며 지지부진한 기초학력에 다소의 진전을 보이기도 했다.
그 대신 용돈 씀씀이가 헤퍼지고 외출이 잦으며 특히 PC방 출입이 다시 시작되다보니 인근에서 배회하는 불량 선배들의 유혹에 빠질 위험이 많아져서 모든 선생님들과 사모님들은 늘 세심한 눈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큰 탈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고 현수 아버지도 다소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는지 학교에 찾아와 그 동안 학부모 노릇 제대로 못한 점을 사과하면서 앞으로는 현수를 학교에 잘 보내겠노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 무렵 그는 제법 안정된 직장도 얻게 되어 레미컨 트럭 기사일을 하게 됐다며 아침 일찍이 출근길에 현수를 등교 시키는 성의를 보이기도 하였다.
어느 날 학교에 찾아온 현수 아버지는 현수엄마와의 재결합은 절대로 없을 것이고 오로지 현수 하나만을 잘 양육하면서 살아가겠으며 머지않아 자리가 잡히면 현수와 함께 K시로 이사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만하면 큰 다행이고 현수네 가족의 암담하고 절망적인 위기는 극복한 것 같아 비로소 한숨을 돌리며 학년도를 마치고 현수가 4학년에 올라가는 걸 보면서 A선생과 L선생은 S시로 전근 발령을 받고 W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그 후로도 해마다 현수를 담임하는 선생님들이 현수를 이해하고 관심 있게 보살펴 주었을 것이고 현수 자신도 철이 들어갈 나이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거니 생각해보면서...

이제 곧 중3이 될 현수는 여전히 어머니의 사랑스런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아버지와 두식구가 살고 있는지, 아버지는 요즘 상태가 어떠하며, 현수는 혹시 나쁜 친구들 꼬임에 빠져 비뚤어진 생활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

아무튼 지금도 현수에게는 누군가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할 사람이 필요하며, 그 역할을 대신 할 사람이 그와 제일 가까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그리고 그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생님’ 말고 누가 있을 것인가.
스승은 불우한 제자의 어버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거듭 거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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