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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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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제자 만드는 방법?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마음도 벗어놓고 /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하네 (하략)

토요휴업일, 초등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대학 동기와 함께 오랜만에 광교산(光敎山.528m)을 올랐다. 50대 초반, 무엇보다 건강에 관심이다. 시간이 주어지면 건강챙기기에 신경을 쓴다. 아니 건강을 위하여 일부러라도 시간을 낸다.

경기대 정문에서 출발하여 능선을 따라 형제봉을 향한다. 토요일 산을 찾는 인구가 제법 많다. 인생이야기가 화제이지만 직업은 못 속인다고 교육이야기가 주종을 이룬다. 이번 달 주말마다 제자들 결혼식 참석으로 바삐 다녔던 동기는 말한다.

"초등학생들은 6학년 담임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교육열정을 쏟는 것은 물론 진로상담을 하여 인생에 도움을 주거나 그들이 인격적 감화를 받아 존경하는 마음이 생길 때 선생님을 따르고 졸업 후에도 연락을 계속한다."

맞는 말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선생님으로부터 인격적 대우를 받고 선생님이 교육애를 발휘, 헌신적인 태도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어 인생에 좋은 영향을 받았을 때 선생님을 스승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리포터는 교직경력은 30년이나 되지만 담임을 몇 해 하지 못해 제자 주례를 한 번도 부탁 받은 적이 없어 성공하지 못한 스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식 전달에만 그쳤지 인격적 감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형제봉을 지나니 그늘 비탈길이 빙판이다. 줄을 잡고 나무를 끌어안으면서 조심조심 내려간다. 잘못 내려가다 넘어지면 위험천만이다. 우리의 인생길도 이렇게 내려가야 하는 것이 아닌지? 비로봉 비탈길을 오르니 숨이 차다. 땀이 솟구친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고, 오르막이 지나면 내리막이 있고. 이것이 우리네 인생길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너무 힘이 들 때는 잠시 쉬었다 가니 힘이 재충전된다.

비로봉 정자에 있는 시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교육을 생각하고 인생을 생각하여 본 뜻깊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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