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이나 전통적인 식당을 가보면 실외에 가끔 ‘해우소(解憂所)’라는 팻말을 보게 된다. 말 그대로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이다. 원래는 사찰에 딸린 화장실로서 번뇌를 사라지게 하는 곳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특히 사찰에 있는 화장실은 일반 화장실과는 달리 사용상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고 하는데 첫째, 머리를 숙여 아래를 보지 말고. 둘째, 낙서하거나 침을 뱉지 말며, 힘쓰는 소리를 내지 말 것과 셋째, 외우고자 하는 게송이 있다면 외우며 넷째, 용변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다섯째, 손을 씻기 전에는 다른 물건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1학년이 12개 반이나 되는 매우 큰 학교이다. 큰 아이는 기숙고등학교에 있었기에 고등학교의 생활에 대하여 대화할 시간이 잘 없었는데 둘째 아이의 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이 궁금하여 먼저 말을 하지 않는 아들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곤 한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하여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들의 일성이 “어머니, 나 오늘 죽는 줄 알았어요.” 라고 말하여 무척 놀라 “무슨 일 있었니?”하고 말하니 화장실에 가지 못하여 참아서 그렇다고 하였다. 아무것도 아닌 일인 양, “왜 화장실에 못 갔니?”했더니 아이들이 화장실에 모여 있어서 못 갔다고 하였다.
학교안의 화장실은 매우 좁은 편이다. 볼 일만 보고 손 씻고 나오면 될 정도의 곳일 뿐이다. 그런데 체력이 큰 남학생들이 화장실에 모여서 도대체 무엇을 한다는 말인가? 너무도 궁금하여 물어보니 담배연기 냄새도 나고 들어갈 자리도 비좁고 자기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모여 있는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할 것 같아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러면 다른 화장실에 가지 그랬니?” 라고 물으니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남편이 퇴근하여 아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도 고등학교 근무하는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왜 이렇게 학교마다 실정이 다른 것인가? 교사들은 이와 같은 실정을 모르는 것이 아닐 것이다. 왜 생활지도에 나서지 않는가? 이제 입학한 지 1주일 정도 지났을 뿐이다. 지금이 바로 학생들 생활지도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형식적인 교문 앞 생활지도에 그치지 말고 해우소의 진정한 의미를 학생들에게 알게 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화장실부터 지도함이 어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