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4 (목)

  • 맑음동두천 20.4℃
  • 구름조금강릉 25.5℃
  • 맑음서울 19.3℃
  • 구름많음대전 20.1℃
  • 구름많음대구 26.4℃
  • 구름조금울산 22.2℃
  • 맑음광주 21.6℃
  • 맑음부산 17.9℃
  • 구름조금고창 16.9℃
  • 구름많음제주 19.7℃
  • 맑음강화 15.2℃
  • 구름많음보은 21.2℃
  • 구름조금금산 21.2℃
  • 구름조금강진군 22.8℃
  • 구름조금경주시 27.3℃
  • 구름조금거제 20.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소식

사랑은 동사다 - 아름다운 토요일

  사랑은 결심이고 실천이 따르는 동사(動詞)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 현장에서도 학급의 절반 이상 학생이 부모가 이혼하거나 별거하는 결손 가정이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이 뭘까? 여러 번 고민하고 생각해 보았다. 결국은 움직이는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랑과 격려, 칭찬과 믿음, 인정과 배려로 우리 학급을 혹은 우리 집안을 가득 채워 나간다면 한결 따뜻해지리라. 더 넓은 집, 더 좋은 자동차,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주식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기도 하지만 탄탄하게 쌓아올린 가족간의 믿음이나 사랑, 끈끈하게 맺어진 가족간의 유대감이나 응집력은 지금까지 없던 집, 없던 자동차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사랑할 줄 아는 것, 사랑을 표현하는 것, 그것은 사랑의 능력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고 표현해야 한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사랑을 표현하다 보면 잊고 있었던 사랑의 감정도 다시 회복될 수 있으리라. 

 나는 요즘 어린 학생들을 통해서 사랑을 배워가고 있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많지만 선명히 볼 수 있는 때도 있다. 그 때마다 그 사랑에 감동하곤 한다. 전국의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원근 각지에서 보이지 않게 헌신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웃에게 힘이 되고 격려가 된다면 그것은 분명 사랑이다. 사랑은 결심이고 실천이고 동사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949 번지에는 파주시 장애인주간보호센터(소장 문영찬)가 있다. (사)한국정신지체인애호협회가 파주시로부터 위탁받아 18세 이하 장애우들의 재활프로그램 및 치료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재활을 돕는시설이다.  이곳에는 91명의 지체장애우의 배움터이자 놀이터다.  청소년지도사이자 사회복지사인 홍윤숙 선생님과 2명의 자원봉사 지도교사가 그들을 돕고 있으며 각 지역 복지단체의 도움을 받아 의료재활치료와 사회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파주지역의 학생들과 자원봉사자 30여 명이  뜻깊은 하루를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파주공고 RCY(청소년 적십자) 단원 10명을 비롯하여 파주여고 문산제일고 금촌고 등의 30여명의 자원봉사 학생이 함께 했다. 하지만 많은 자원봉사들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이다. 장애우와 함께 하는 것이 신체적으로 힘들고 고된 일이긴 하지만 그만큼의 보람이 넘치는 활동이기도 하다. 올해 파주공고 RCY는 파주시장애인주간보호센타를 봉사 포스트로 지정하고 한 해 동안 집중적으로 봉사하기로 약정했다. 

 오늘이 바로 올 해의 첫 봉사일인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장애우들과의 연극 뮤지컬 영화 등 문화체험, 각종 캠프, 지역 사회 각종 행사 등 사회 통합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돕는 일이다. 멘토(봉사자)와 멘티(장애우)가 되어서 협력하고 서로 돕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오늘(3월 24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 동안 장애우들과 친교와 만남의 시간을 함께 하면서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오전에 단호박, 백일홍, 채송화 등의 씨앗을 함께 심었고, 점심시간에는 두 명의 멘토와 한 명의 멘티가 한 조가 되어 시내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함께 하면서 정상인과 장애우와의 따듯한 인간애를 나누는 사회 통합 프로그램으로 진행하였다.

오후에는 금촌 청소년 문화의 집 댄스실에서는 서로 손을 잡고 포크댄스, 레게 댄스 등을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고 더불어 자신의 신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아름다운 신체 그리기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장애우들의 자신의 모습을 직접 그림으로 그리고 색칠하는 작업을 통하여 정서적인 즐거움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때론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동화 구연도 하고, 양말과 신발을 신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물론, 식사하는 법, 화장실에 까지 동행하면서 장애우와 동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모든 행사가 끝나갈 무렵, 자원봉사 학생들은 장애우들과의 이별이 아쉬운 듯 숙연한 모습으로  활동 소감을 적는 것은 물론, 멘티(장애우) 부모님께 하루 동안에 있었던 일을 편지 형식으로 세세히 기록하여  전해 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를 본 학부모들은 장애우의 활동기록을 보는 것은 물론이고 통합재활치료에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직접 깨닫게 된다. 그 때문일까?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자원봉사자들은 매주 토요일에는 어김없이 이곳을 방문하여 4~8시간 이상 자원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어린 장애우들과 이미 오랜 시간 정이 든 탓일까?  헤어질 때는 아쉬움으로 눈물을 흘리는 자원봉사자와 장애우들도 있다.  우리와 함께 한 장애우들은 효준, 이슬, 태호, 상원, 서영, 윤호,지원 학생이다. 다시 만날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눈치다.

 문산제일고 류승희 학생(18)과 최한솔 학생(19)은, 이렇게 보람되고 의미있는 봉사활동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란다. 파주 지역에 이런  곳이 있는 지 전혀 몰랐다면서 예쁘고 귀여운 장애우 친구들을 사귀게 되어 즐겁고 보람된 하루였다고 말한다. 파주공고 김진우 학생(18)은 그들과 정들어서 헤어지기가 그리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때문에 매주 계속해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장애우와 만나는 토요일은 무척 기다려진단다. 그때문에 진정 '아름다운 토요일'이 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매월 격주로  학교 현장에는 토요휴무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장애우 단체 및 시설아동 보호기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사실 장애우 교육은 사회복지단체나 교육 시설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장애우들에겐 사회통합교육 측면에서 끈끈한 인간애와 사랑이 넘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사랑과 협력이 함께하는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장애우 가족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에게 아름다운 토요일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기에 사랑은 분명 동사가 아닌가 싶다. 말로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행동이야말로 진정 사랑이기 때문이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