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와 청소년들과의 대화 모임(토플러의 청소년을 위한 부의 미래이야기)이 있었다.이미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토플러 박사는 오래 전부터 '제3의 물결'을 정의하여 현재 우리나라의 지식정보화를 예견한 바 있어 청소년들은 많은 기대를 갖고 참석했다.
청소년 300여명과 함께 1시간 반가량 진행된 대화의 시간 동안 다양한 주제에 관해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졌다.그 중에서 앞으로 직업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청소년들은 여기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관해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더불어 토플러 박사가 지난 4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나눈 직업에 관한 이야기와 그의 저서 '부의 미래'및 '청소년 부의 미래'의 내용도 일부 소개한다.
토플러가 보는 미래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토플러는 미래의 부를 만드는 3가지 심층 기반(deep fundamental)으로 시간, 공간, 지식을 들고 있다.
우선 시간과 관련, 획일화된 시간을 똑같이 지켜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시간과 인간의 관계가 변화하고 이러한 변화로 인간의 삶은 엄청나게 달라지며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사회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역동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직업에서도 새로운 속도가 강조될 것이다. 이제 시간이 중요한 변수가 되었는데 어떤 업체가 무엇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할 때 경쟁사가 그것을 빨리 도입하면 경쟁에서 지는 것이다. 이 원리가 모든 사람의 일상생활에도 적용된다.속도가 생활의 일부분임을 이해해야 된다. 그에 따라 오늘의 직업이 언제 없어질지 모르며 새로운 직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평생 갈 수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심층기반은 공간의 확장이다. 세계화가 점차 가속화될 것이고 앞으로 우주공간으로의 진출도 생각할 정도로 공간이 확장된다. 토플러 박사는 2050년이 되면 세계인구의 절반, 세계경제의 40%, 세계 정보기술산업의 절반이상이 아시아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국이 속한 아시아지역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 심층기반은 지식이다. 지식은 '미래경제의 석유'라고 할 만큼 부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천이다. 지식은 쓰면 쓸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1년에 생산되는 지식은 미국 의회도서관 소장량 기준으로 이런 도서관 100만 채가 보유하는 도서에 담긴 내용과 같을 정도로 엄청나다. 이들 지식 중에 틀린 지식도 있고 '쓰레기와 같은 지식'도 많이 있다. 그러므로 항상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만 제대로 된 지식을 구별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앞으로는 직업도 근육보다는 머리를 쓰고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 더 많이 요구될 것이다. 토플러는 이 밖에도 새로운 형태의 직업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판매나 교환과 같은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사용하거나 만족하기 위해 서비스나 어떤 제품 또는 경험을 생산하는 이들을 프로슈머(prosumer)라고 한다. 예를 들면 집에서 과자를 구워 가족과 함께 그 과자를 먹는 것은 생산과 동시에 소비를 하는 것이다.
한편 토플러 박사는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을 제1의 직업, 가사노동이나 봉사활동 같이 돈을 받지 않고 일하는 것을 제2의 직업, 무인발권기 등의 기계를 이용하는 것처럼 직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가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제3의 직업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근무시간 이후 인터넷으로 은행거래를 하는 것 등이다.
토플러 박사는 그러면 이 같은 미래 전망에 근거해 청소년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 것으로 제시하고 있을까.
그는 먼저 청소년들이 미래를 전망하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predict)하는 것은 힘들다. 어떤 것을 예측한다고 하여 그대로 된다는 것은 힘들며 중간에 예상외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를 보는 자신의 주관이나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사고의 폭을 넓히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단순한 지식습득보다는 많은 정보를 접하여야 한다.
그 한 방법은 독서다. 토플러 박사는 자신을 '독서 기계'라고 할 정도이며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독서를 한다고 했다. 독서는 책을 쓴 사람이 모든 것을 다 바쳐 연구한 것을 짧은 시간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신문 중독자라 할 정도로 신문을 열심히, 그리고 꼼꼼히 본다고 했다. 신문을 보느라 손끝이 새까매질 정도라고 한다.
토플러 박사는 또 다양한 경험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실제로 공장에서 5년간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실제로 했다며 이 같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독서, 신문열독,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시각에서 미래를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플러 박사는 청소년들이 현재는 상자 안에 있지만 상자 바깥을 나가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항상 생각하라고 하였다.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는 미래의 직업선택과 관련, 지금 당장이 아닌 10년 후를 내다보라는 것이다. 현재의 어떤 직업이 10년 후에도 비슷한 상황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능력과 습관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10년 후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청소년들에게 꿈이 있다면 불가능하다고 해도 도전해 보라고 그는 조언한다. 인생은 도발이라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길은 있다'라는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면 결국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했다.
토플러 박사는 자신이 주장했던 지식정보화사회와 제3의 물결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국가로 한국을 평가하면서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 같았다. 특히 남북통일과 점차 그 중요성이 커지는 아시아에서의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는 것, 그리고 전 세계가 빈곤에서 벗어나 부를 누리도록 기여하는 것 등 한국 청소년들이 할 일은 너무 많다고 그는 강조했다.
토플러 박사가 바라는 한국 청소년들의 더 나은 미래(a better future)를 위해 학생들이 열심히 독서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앞으로 닥칠 미래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갖고 직업세계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한국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청소년들이 더욱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