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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가슴에 등불을 켜고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교사다. 지금껏 많은 학생들을 만났고 또 앞으로도 많은 학생들을 만날 것이다. 더불어 그들에게 많은 말들을 해왔고 내 뜻을 전달하려고 강요아닌 강요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나의 말이 그들에게 얼마만한 영향력을 끼쳤을까? 생각해 보면, 그리 만족할 만하다고 말 할 수 없다. 도리어 그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지 않았나 싶다. 오로지 내가 편하자고 교사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일방적인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또 내가 한 말이 그들의 가슴에 한 말이었든지, 머리에 한 말인지, 아니면 손에게 한 말인지 기억하기 힘들다.

이러한 반성과 죄책감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사실, 그들의 가슴은 내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그들에게 아무런 설득력이 없을 뿐더러 그냥 지나가는 잔소리로만 들렸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내 말이 진실하면, 그들의 가슴을 흔들고 남을 텐데. 그들의 가슴이 열리고 말았을 것인데. 그리 하지 못했다. 그들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감싸안아주는, 사랑의 마음, 그런 진실로 말했더라면, 그들은 분명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마음을 쉽게 열리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내가 먼저 가슴의 등불을 켜야 하지 않을까?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마을 사람들에게 가로등 하나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설득하려고 아름다운 등을 하나 샀던 것처럼, 나 역시 그들에게 뭔가 보여줄 수 있는 등불 하나를 켜야 하지 않을까? 요즘 교육계 한 구석에서 교실 붕괴에 따른 대책의 하나로 학생 리더십 프로그램, 코칭 및 목표 관리 프로그램 등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학생들로 온전히 이끌고 지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그를 수용하는 주체가 근본적인 본질에 대한 검토와 변화가 없고서는 그 효과는 미약할 뿐이다. 우선 내가 변화해 하지 않을까? 내가 변해야 학생들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의 본질을 살필 필요가 있다.

해가 지고 어스름이 거리를 덮자, 벤저민 프랭클린은 자신의 집 앞에 등 받침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 등불을 올려놓았다. 동네 사람들은 하나 둘 프랭클린 집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길을 밝히는 따뜻한 마음을 보았다. 그 집에서 좀 멀리 있는 사람들도 그 불빛에 호감을 갖게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 집 앞을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은 길바닥에 솟아오른 돌멩이들에 걸려 넘어지지 않았다. 얼마 후, 다른 사람들도 자기 집 앞에 등을 내놓기 시작했다. 결국 프랭클린이 사는 필라델피아 길거리는 가로등으로 환한 도시가 된 것이다.

요즘, 학생들을 함께 생활하기가 정말 힘들다. 우선적으로 내 말이 그들의 귀에, 아니 그들의 가슴에 전혀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탓이리라. 그 원인의 하나는 바로 내가 밝은 등을 밝히 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수업중임에도 손전화로 한 시간 내내 아니, 하루 종일 그와 게임으로 생활하는 학생들이 참으로 많다. 무슨 이유인지는 아이들의 수업 중 취침하는 일이 다반사다. 애초부터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분명 내가 밝은 등을 켜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에는 차마 교육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험담을 학생들에게 퍼붓기도 했고, 손찌검까지 동원했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작은 등 하나가 온 거리를 밝히듯이 누군가 우리의 어두운 교실에 작은 햇살을 비취고 등불을 밝혀야 한다. 모두들 어두운 거리를 불편해 하면서도 먼저 불을 켜지 않았다. 작은 등 하나는 사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등불의 빛은 대단한 것이다. 먼 곳까지 비추어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고, 그 빛을 나누는 일에 모두가 동참할 수 있으리라.

어쨌든 내가 있는 교실에는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인가? 무엇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나만의 문제가 아닌, 많은 학교와 교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리라. 교육의 실패냐 아니면 포기냐, 그들을 맡은 교육자로서 분명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때론 포기하고픈 심정으로 생활할 때도 있다. 그들에게 많은 말을 하고도 그들의 행동의 변화를 기대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리라. 그 때문에 나 스스로 한계를 느끼게 되거나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마음이 허탈하고 허전해 지곤 한다.

 아직도 나는 그들의 머리에만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손에게만 부탁하고 있는 것일까? 인내심을 갖고 그들에게 다가서려 노력중이다. 내 마음을 열고 그들의 가슴을 향해 말하고 싶은 것이다. 분명 그들이 온전히 대답하는 날이 있으리라. 사랑의 말에는 힘이 있다고 하지 않든가. 겸손으로, 그들을 관심과 인내로, 잘 한 일에는 칭찬으로, 그들에게 다시 말해보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고뇌의 심정으로 그 해결책을 찾는 중이다. 분명한 것은 내 가슴에 등불을 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나부터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사랑의 등불 켠 모습으로 내가 변해야 다른 이도 변하는 것이리라. 내가 먼저 가슴에 등불을 켜고 그들에게 다가서 보자. 바람이 불어 꺼지면 다시 밝히고, 기름이 모자라면 더 보충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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