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교사이다. 지난 토요일 학생들을 데리고 충남 천안시에 있는 단국대학교 고교생 백일장에 다녀왔다. 단국대 백일장은 제25회째이지만, 기존의 문예작품현상모집을 개편한, 사실상 첫 번째 대회였다.
그 때문인지 단국대 백일장은 전국의 여느 대학과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접수단계부터 학교장추천서와 학부모동의서 첨부 등 너무 요란했다. 대회 하루 이틀 전까지 마감을 하는 다른 대학교와 달리 22일 전 접수를 받아놓고도 정작 당일에는 학생증 요구 등 ‘검문검색’이 이루어져 예정시간보다 훨씬 늦게 백일장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인가? 운문의 경우 시제를 5가지 제시한 다음 그것들이 한 편의 시에 다 섞이도록 요구했다. 산문의 경우 소정의 제시문을 준 채 그것과 연관하여 글을 짓게 했다.
많은 학생들이 당혹스러워 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단국대 문예창작과의 신입생모집 시험과도 같은 해괴한 백일장이었던 셈이다. 문예백일장은 말 그대로 백일장일 뿐 결코 대입 시험이 아니다.
또 하나 의아스러운 것은 시상 규모다. 당일 600여 명이 참가했다는데, 수상자는 고작 10명이다. 그것도 장원만 장학금 50만원이고 나머진 그냥 부상이다. 마치 어느 부실한 출판사의 독후감 모집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1등이 그렇다면 2등은 30만원, 3등은 20만원, 4등은 10만원, 5등은 5만원쯤으로 해야 맞다. 발표도 그냥 ‘추후에 개별통지’이다 계획을 짤 때 대략적으로 발표예정일을 밝혀야 공신력이 생김을 모르는 모양이다.
시상에는 지도교사에게 주는 상도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현장에는 학부모대기실은 있을망정 지도교사를 배려한 공간이 없다. 다른 대학교 백일장에서처럼 교수들과의 간담회 자리는커녕 아예 지도교사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버린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글을 쓰게 한 것은 주차료 징수 때문이다. 오후 12시 30분부터 약 3시간 머물렀는데, 3천원의 주차요금을 내야 했다. 주최측에서 제공한 할인권을 제시하고 낸 요금이 그렇다.
세상에 백일장대회를 열면서 학생의 지도교사나 학부모에게 주차료를 받아먹다니! 무료주차권에 지도교사 교통비까지 지급해주는 인근의 다른 대학교에 비하면 너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단국대학교는 백일장대회에 참가한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주차료까지 받아야 할 만큼 그렇게 재정이 궁핍한 대학인지 묻고 싶다. 백일장은 글 잘 쓰는 학생을 발굴 · 유치하기 위한 학교 홍보의 한 행사라는 기본적 인식부터 갖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