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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문화로 소통하자


옛말에 `이심전심(以心傳心)`, `척하면 삼천리, 쿵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의사소통의 최상급의 상태를 말한다. 오늘날엔 아쉽게도 이런 상황이 그리 흔하지 않다. 온누리가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 안에 하나로 묶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되지 않아 갈등과 단절이 오히려 더 많아진 상황이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진정한 소통에는 손전화도 인터넷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가정은 물론이고 사회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현상이다. 물론 학교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옆 자리의 동료 교사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고, 학생들과 눈높이가 맞지 않아 학급 운영이 어려울 때도 많다.

 며칠 전이었다. 포천 반월아트홀에서 (사)한국무용협회 포천지부 정기공연인 "소리 그리고 몸짓"이라는 전통 국악과 무용 공원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여름 방학 때문이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참 많았다. 장애우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그런데 근래에 보기 힘든 새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의외의 상황이었다. 국악과 전통 무용 공연이라서 젊은이들에겐 다소 낯선 공연이 아닐까 싶었는데 관람객의 반 이상은 젊은이로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찾아온 학생들이다. 더욱이 부모의 손을 잡고 공연장에 나온 어린 아이들이 많았다. 세대와 세대를 뛰어 넘고 장애와 비장애우를 뛰어넘어 서로가 문화를 통해서 하나되는 바람직한 현상이었다.

그들은 멋진 연주와 춤사위에 함성을 지르거나 박수로써 공연자를 격려하고 응원했다.  더욱이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공연을 관람하는 성숙한 문화도 볼 수 있었다. 공연자와 관람객이 소리로 혹은 몸짓으로 서로가 하나되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있었다. 공연자들이 열정을 다해 힘찬 몸짓을 할 때마다 관람객들은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기까지 했다. 공연자들에게 혹 방해가 될 지 모르겠지만 연신 손전화로 그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공연자나 관람객이나 서로 흥겹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얼마 전 추억의 만화영화 <로봇 태권브이>가 새롭게 단장하여 개봉해 신선한 즐거움을 준 적이 있다. 30~40대의 어른들에게 어린 시절의 향수와 추억을 불러 일으킨 만화영화다.  어느덧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된 그들이 자신들의 자녀의 손을 잡고 영화관을 찾아서 세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즐겁게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있었다. 잔잔한 흥행 돌풍의 비결은 거기에 있었다. 세대와 세대가 소통하는 도구로서의 문화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했다.

문화는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 사이의 편견이나 장벽을 없애 주는 아주 좋은 소통의 도구다. 과거 먹고 사는 일만으로도 힘겨웠던 시절엔 `문화가 밥을 먹여주냐`고 비아냥 거렸지만, 요즘은 문화가 밥 먹여 주는 것을 뛰어넘어 '살 맛 나게 하는 세상'을 만드는 중요한 매체가 되었다.

 문화를 즐기는 사람은 분명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남달리 뛰어나다. 그들은 동료와 일시적인 갈등이나 업무적인 스트레스로 힘들면 영화를 보든지, 콘서트에 가든지, 혹은 책을 읽으면서 그 해결방안을 찾아 나선다. 감정과 정서를 조절해 나빠진 인간관계를 회복하고자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이다. 문화를 통해 서로의 공감대를 찾아보고 함께 나누는 것이다. 그로 인해 서로의 닮은 점을 찾아보고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생각들을 대화를 통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인터넷 동호회를 통하여 축구, 등산, 여행 동호회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참 많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함께 하면서 마음을 열어 공감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그들은 정기적인 모임과 꽉 찬 일정에도 조금도 피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를 통해 만나고 소통하면서 동료와 친구들에게도 열정과 활력을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조직의 리더들이 가져야할 덕목 중에 하나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잠시 잠깐 전화로 가족과 동료 교사와 학급 학생들에게 안부를 짧게라도 물어보자.  그가 속한 공동체나 집단은 적어도 대화의 단절이나 갈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설령, 갈등과 반목이 있다 할지라도 쉽게 풀릴 것이다. 행복한 집단은 분명 서로 소통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문화적 마인드를 통해 서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집단이 되는 것이다. 간단한 안부인사이지만, 잘 챙겨준다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것. 그것도 하나의 소통이다.

 얼마전 가족 중 한 사람이 교통사고로 피해를 당한 적이 있었다. 일주일 간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가해자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 번 쯤은 찾아와서 피해자에게 `죄송합니다` 혹은 ` 미안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것을 보험으로 처리하면 된다는 그런 심사였다. 전화로도 안위 여부를 묻을 수 없을만큼 각박한 세상이 되었나 싶어 씁쓸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넋두리처럼 말했더니 요즘의 세태란다. 교통사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찾아오면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물질 만능의 시대가 가져온 산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험금이나 금전으로 피해를 배상하는 것보다 더 크게, 더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것은 사실 따뜻한 한마디의 말이 아니던가. 

 타인과 소통하는 가장 최상급의 감정은  상대방의 마음을 따라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공감은 탁월한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이다. 요즘 기업들도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명제를 실천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후원하고 있다. 이 또한 기업 이미지를 높여 소비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나름대로 경영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세상은 이제 문화의 시대이다. 서로의 협력이 없으면 아름다운 선을 이룰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웃과 서로 눈을 맞추고 마음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이제 문화라는 코드 밖에 없는 듯하다. 오늘이라도 시간을 내어서 가족과 함께 식사의 시간을 마련해 보고 영화 한 편이라도 함께 보면 어떨까?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학급의 학생들과 대화와 소통의 시간을 갖는 문화 캠프를 열어보면 어떨까? 함께 박물관도 찾아보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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