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자 한겨레 신문이 전하는 <벌금 2천만원 상습성추행 교사 ‘계속 교단에’> 소식은 불볕더위 속에 피랍 희생자까지 발생한 요즈음의 우리를 더욱 열 받게 합니다. 인터넷을 달구며 자식을 둔 학부모의 원성이 높으니 같은 교직에 몸담고 있는 자로서 차마 침묵할 수 없어 아픈 글을 쓰고자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6학년 담임으로서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벌금 2천만 원을 선고 받고 징계위원회에서 정직 3개월을 처분 받았으나 14개 시민단체로부터 파면요구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같은 교사로서 동료 교사의 아픈 상처를 드러내는 글을 쓰는 일은 처음이며 리포터로서 처음 발을 들여 놓은 동기와 배치된 행동입니다. 처음 생각은 학교나 학급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작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의 아름다운 일화를 함께 나누거나 좋은 선생님들을 소개하고 싶은 소박한 소망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힐 때가 되었다는 자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의 일이 학교의 일이며 우리 아이들의 일임을 저버릴 수 없다는 내면의 소리를 거역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교직은 더 이상 성직이나 천직이 아닌 직업이며 자연스럽게 노동자의 자리로 민주화(?)되었습니다. 이는 현대 사회의 특성인 열린 사회, 정보화 시대의 도래로 어떤 직업에서도 신비성이나 전문 지식이 특정 조직이나 개인의 전유물이 될 수 없게 되었고 높아진 교육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교단의 현실도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이라는 신성한 일이 어느 직업보다도 높은 도덕성과 인간애를 지니고 제자를 한 인격체로 대우하고 성장시키기를 바라며 거의 무한대의 책임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지닌 인간이기에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과 인간적 자질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즈음과 같이 취업이 어려운 상황아래에서 교직은 안정적이면서도 사회적 신망까지 갖춘 직업군으로 분류되어 자식을 둔 부모나 젊은이들이 선호하게 됨으로써 교사에 대한 기대와 반감도 그만큼 크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교직에 몸을 담고자 하는 사람은 ‘교양인’의 자질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에 충실한 사람, 가장 초보적인 인간적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력이나 재능을 더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15년 전에 6학년 담임으로서 남학생을 가르칠 때의 일입니다. 그 학생은 불우한 가정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늘 밝고 재담을 즐기는 명랑한 소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3학년 때 남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충격적인 성추행을 당하여 정신적으로 약간 이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성폭행이나 성추행과 같은 단어조차 낯설던 시기였기에 문제의 교사는 파면을 당하지 않고 현직에 남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더욱이 이 글을 쓰는 저 또한 오래 전에 근무했던 학교의 관리자가 상습적으로 여선생님들을 추근대는 모습을 목격하였지만 권위적인 풍토였던 그 당시에는 아무도 문제시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초임 시절이었으니 선배 선생님들의 감시와 조언을 들으며 최대한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제는 교단에서 이와 같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중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자들에게 성추행이나 성폭행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도록 가르치고 힘써야 할 교사가 상습적으로 그런 행위를 했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6학년 정도면 신체 발달이 숙녀에 가깝고 사춘기를 지내는 시기이므로 정신적으로 매우 예민하여 상처를 받기 쉬우며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입니다.
그런 시기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참으로 오랜 동안 그의 내면에 깊은 상처를 줄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이 성립되기도 전에 자신을 아껴주고 지켜 주어야 할 선생님으로부터 상처를 받는 일은 한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먹구름을 얹어주는 일이며 엄청난 자아손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사건화 되기까지 이미 겪었을 상처와 아픔은 어떻게 치유할 것입니까? 아이들의 성의식은 어른들보다 더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아름답게 지켜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 할 일입니다.
최소한의 법으로부터 벌금형까지 받았다면, 징계까지 받았다면, 40만 교사들의 얼굴에 먹칠을 한 그 사실만으로도 현직에서 물러나야 함을 깊이 충고드리고 싶습니다. 장난삼아 던진 돌에 개구리는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아직 미성숙한 제자를 실수도 아닌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면 사죄하는 심정으로 현직에서 물러섬이 백번 옳다고 여깁니다. 선생님! 우리 선생님들은 선생이기 이전에 부모의 입장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가장 소중한 가치, 상대방을 존중해 주고 배려해 주는 인간이어야 합니다.
나 또한 완벽한 인간이 못 되지만 나는 오늘 선생님때문에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같은 교사로서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나 제 가슴을 치는 심정으로 아픈 글을 올립니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뭇매를 맞는 교단의 현실을 직시하여 보다 강력하게 대처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