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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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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상대방의 잘못을 함부로 지적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데에도 때로는 평생이 걸린다. 톨스토이-

“세준아, 너는 동그라미 몇 개야?”
“응, 다섯 개, 신원이 너는?”
“나도 다섯 개야, 야, 신난다! 나는 오늘도 동그라미 다섯 개야.”
“숙제 점수는 몇 개야?”

아침 독서 시간이 끝나면 숙제와 준비물을 자랑하려고 내 앞으로 줄을 서서 몰려드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입니다. 공책 한 권을 한 장도 빠뜨리지 않고 다 쓰면 동그라미 5개, 실내화를 깨끗이 빨아 와도 5개, 점심을 잘 먹어도 5개. 수학 공부에도, 받아쓰기 공부에도 어디에나 동그라미 점수가 주어지는 교실 풍경이다 보니 소풍날 아침에도 숙제를 가져오는 아이, 운동회 날 아침에도 동그라미를 달라며 조르는 아이들 때문에 행복한 웃음을 날리곤 하지요.

우리 1학년 아이들은 칭찬을 받으러 학교에 오는 것 같은 착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날마다 공부거리나 착한 행동에 동그라미를 받은 개수를 모아서 선물을 받거나 모둠장이 되기도 하고 착한 어린이 후보가 되기도 하니 아이들은 선의의 경쟁으로 늘 떠들썩하지요. 그림을 그려도 꼼꼼하게 잘 그린 그림이나 좋은 아이디어에 동그라미기 더 많고 발표 내용에 따라, 공부하는 태도에 따라 받는 보상이 다르므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어쩌다 숙제를 한 가지도 못해 온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 교실 앞에 나와서 벌칙을 받는다며 손을 들고 서 있곤 합니다. 그럴 때에도 일괄적으로 벌칙을 주기보다는 평소에 성실하게 잘 해온 아이들은 고의가 아님을 아이들과 나에게 인정받으면 봐주기도 합니다. 자로 잰 듯한 엄격함은 아이들의 인성 발달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교육적이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엄한 꾸지람보다 근거 있는 칭찬이며, 래포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더 더욱 꾸지람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칭찬화법이 교육적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어른들도 꾸지람을 일삼는 상사에게는 인정을 느끼지 못하니까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의 인상을 평가할 때 대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합니다.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려는 이런 경향을 '인물 긍정성 편향'또는 미국의 한 유명 동화에 나오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의 여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폴리아나 효과'(Pollyana Effect)라고 합니다.

2학기에는 ‘폴리아나 효과’를 더 많이 활용하여 동그라미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찾을 때마다 망설이지 말고 동그라미를 주는 선생님,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기름진 땅이 되어 인생의 병충해에도 끄떡없이 이겨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땡볕아래에서 자란 벼가 튼실한 알곡을 맺고, 땀을 흠뻑 흘리며 일하는 사람이 더 건강해서 냉방병도 없다고 합니다. 칭찬이라는 밑거름과 꾸지람이라는 가위질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보기 좋은 나무가 되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키우고 싶습니다.

혹시 여름방학 동안 너무 웃자라서 잎사귀만 무성해진 아이들이라면 9월 초부터 가위질이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1학기 100여 일 동안 동그라미 칭찬으로 밑거름이 다져진 아이들이니 나의 가위질을 잘 견뎌 내리라 확신합니다.

아무래도 긴 방학 동안 기본생활 습관이 흐트러져 있을 아이들이지만 짧은 시간 내에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게 하려면, 학교란 행복한 곳, 공부하는 일은 즐거운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무의식에 자리 잡도록 나부터 ‘폴리아나 효과’로 무장해야겠습니다.

아이들의 즐거운 재잘거림이 귓가에 맴돕니다. 매미 소리를 들으며 훌쩍 자랐을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에 풍덩 빠져서 행복한 웃음을 날릴 생각을 하니 미리부터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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