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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새 학교 이름, 순우리말로 지으면 어떨까


대전교육청에서 새롭게 문을 여는 학교들의 이름이 갈수록 순우리말로 된 것들이 많아서 자랑하고자 한다. 리포터가 지역교육청에 오기 전에 시교육청 학교설립 부서에 있다 보니 그 분야에 관심도 많고, 한 학교의 평생 갈 이름인 학교명에 대해 다른 시도에서도 비슷한 행정을 추진하고 있긴 하지만 대전교육청 같은 선례를 많이 따라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기에 적고자 한다.

학교이름을 짓기 위해서는 공무원 어느 한 두 사람이 얼렁뚱땅 짓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는 법정, 행정 지역명칭을 우선순위로 하되 지역이름을 딴 기존의 학교가 있을 경우에는 지역주민의 의견 방영과 함께 순우리말 이름 짓기를 병용한다.

특히, 교명제정위원회에는 교원단체, 한글말사랑 모임 회장, 대학교수, 시의원, 교육위원 등도 참여하고 있어 민주성 담보와 함께 전문성도 배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입법예고를 하여 시민들의 의견을 다시 구하고, 교육위원회에 제출하여 통과되면 최종으로 시의회에 제출하여 확정․공포하게 되면 학교는 비로소 새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이다.

최근 5년까지 대전지역에 문을 연 순우리말로 지은 학교들까지 거슬러 올라가 열거해 보면, 느리울초, 두리초․중, 샘머리초, 글꽃초․중, 배울초․중, 버드내초․중, 한밭초, 한빛고 등이 있다.

여러 사례가 있겠지만 큰 갈래로  갈라보면, 동네 이름이나 교육적 교훈을 집어넣어 학교명을 지은 경우다.

글꽃초․중의 글꽃은 원래 이 지역이 위치한 문화동(文化洞)의 문화를 문화(文花)로 해석하여 학생들의 배움터에서 글을 꽃처럼 활짝 피워서 학문의 전당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이름 지었다. 대전정부청사 근처의 샘머리초도 원래는 원천(源泉)초 이었던 것을 근방에 있던 샘의 명칭을 차용하여 학생들의 학습의욕과 교육발전이 무궁무진한 샘처럼 솟아나라는 의미로 짓게 되었다. 버드내초․중의 버드내는 유천(柳川)초․중의 본디 이름을 버드나무가 시내를 따라 늘어선 모양에서 빌어 개명한 경우다.

다른 경우는 주민자치회가 제시하여 만든 교명도 있다. 두리초․중의 두리는 인근 지명의 두리봉도 있고, 주민자치회에서 하나로 뭉쳐 평화롭게 살아가자는 의미를 적극 지지하여 만들어 졌다. 느리울초․중은 아파트 입주자들이 구봉산(九峰山)의 완만하게 늘어진 멋진 모습을 보고 아파트 이름과 결부지어 지어달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밖에 배울초․중은 강의 수심이 깊어 예전에 동네에 배가 드나들었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고, 한빛고는 학문정진의 길에 하나의 빛으로 정진하겠다는 건학이념을 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빛을 발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불과 십여 년도 안 된 때에는 대부분의 학교 이름을 동명(洞名)이나 지명을 따서 한문으로 지은 경우가 대다수였고, 그보다 더 올라가서는 일제식 작명법을 따라서 동서남북 방위식 작명법이라든가, 중앙이라는 명칭을 쓰는 등의 경우도 있었다. 그 뿌리에는 대부분의 국민과 함께 공무원들도 학교 이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부족하였고 관심도 없든 게 사실이었다.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한편 이렇게 좋은 의미를 가지는 학교이름 짓기에 관심을 넘어 아집성 집단이기주의가 한 몫 끼어들고 있어 업무담당자들의 애로점도 있다. 이런 경우는 주로 대단위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지역에서 발생하는데 대부분이 자기네 아파트 단지명을 따라서 학교이름을 지어달라고 하는 것으로 그 내면에는 혹시 아파트명과 학교 이름이 일치할 경우 아파트 가격 상승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있으나 이는 학교 유무에 따른 것이지 이름에 따른다는 것은 근거 없는 낭설일 뿐이다. 이러다 보니 서로 다른 아파트 단지 주민들끼리 자기네 단지 명으로 학교이름을 짓자고 집단민원을 번갈아 가며 내는 경우도 있어 중재에 어려움도 있었다. 어떤 다른 경우는 순우리말로 새터(새로운 터전에 지은 학교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라는 학교이름을 행정 예고했으나 북한 탈북주민을 뜻하는 새터민을 연상케 하여 아파트 가치가 떨어진다고 반대하여 부득이하게 그 입주민들의 의견대로 단지 명으로 교명을 바꾼 사례도 있다.

학교 이름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부르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쉬우면서도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그러한 이름을 붙여야 한다. 그러한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가급적 부르기도 좋고 정감있는 순우리말을 사용하여 한글사용에 한몫 거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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