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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실종된 진로교육, 청소년들의 미래가 없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그 바탕위에 미래의 탑을 쌓도록 도와주는 활동이 진로교육이다. 물론 진로와 관련된 고민은 당사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신이 희망하는 학과에 진학해서 어떻게 공부를 하고 그래서 어떤 직장에 들어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이룰 것인지를 설계하는 것은 곧 개인의 행복이자 국가의 운명이다.

진로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출발하여 그 흐름이 학교로 이어져 체계적인 준비 과정을 밟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가정이나 학교에서 진로교육에 대한 관심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입시위주의 교육에 발목이 잡혀 학생이든 학부모든 좋은 대학에만 가면 어떻게든 좋은 직장을 얻어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적성은 무엇이며 장차 어떤 학과를 지망할 것인지 질문을 던져 보면 70% 정도의 학생들은 머뭇거리며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이들은 점수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며 굳이 적성을 염두에 두고 학과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즉 장래에 대한 확실한 목표의식보다 그저 높은 점수를 얻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점수에 맞춰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한 학생들이 뒤늦게 적성이 맞지 않아 재수를 하거나 편입 시험에 매달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진로교육의 모태는 가정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많은 부모들은 아이의 적성이나 소질보다는 오로지 공부를 잘하는 것에 절대적인 가치를 두고 있다. 문제는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 자식만큼은 공부를 잘해주기를 바라는 기대심리에 있다. 그러나 공부는 인간이 가진 수많은 능력 가운데 하나일 따름이다. 아이들 가운데는 음악이나 운동 등 공부가 아닌 분야에 소질있는 경우가 더 많다.

부모의 기준으로 자식의 장래를 재단하면 그 아이의 재능은 싹도 튀워보기 전에 짓밟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고 이를 발견하여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목표가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부모가 충분한 대화를 통하여 아이와 의견을 나눈다면 얼마든지 만족스러운 합일점을 도출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교육은 미성숙한 존재의 사회화 과정을 돕는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이경숙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1258개 일반계 고등학교 가운데 847개교(58.1%)만이 진로와 직업 과목을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목을 개설한 학교 가운데서도 교과서를 구입하고 시수까지 확보했으나 정작 이를 가르칠 교사가 없어 타교과를 맡고 있는 교사가 수업을 맡는 등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재단의 조사(중․고생 1719명)에 의하면 진로지도나 직업체험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의견이 전체의 70%를 넘었다. 교육과정에서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는 학교는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를 돕기 위한 적성검사와 심리검사는 연례행사처럼 형식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사 결과의 신빙성은 차치하고라도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방향을 제시해줄 전문 상담교사마저 없는 학교도 많다.

한국사회의 사교육 열풍은 해묵은 숙제이기도 하지만 실은 진로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도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대학진학에만 매달리는 상황이라면 그 어떤 교육 정책도 사교육 열풍을 막기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녀의 소질과 적성을 파악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계발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고, 학교도 입시위주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다양한 소질과 적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면 사교육 열풍은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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