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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고액 논술' 위해 대출까지 받아야 하다니

선생님은 이중고(二重苦), 아이들은 삼중고(三重苦)

각 대학 수시합격의 발표에 따라 각 급 학교는 합격자를 위한 특별프로그램을 계획하는 등의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하물며 일부 학교는 50% 이상의 합격률을 보여 교과운영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군다나 부족한 프로그램으로 수시모집에 합격한 많은 아이를 관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수시모집 1차에 합격한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공부에 손을 놓은 지가 오래고, 마치 수업 일수만 채워 졸업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학교에 다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수시모집에 합격한 아이들의 이른 귀가에 동요하지 않고 수능 30여 일을 남겨놓은 일선 학교 고3 교실은 1점이라도 더 올리려는 아이들의 향학열로 불타오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3 담임은 수시합격생의 생활지도와 수능을 치르는 아이들의 학력향상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중고(二重苦)를 겪어야 한다.

수시모집 1단계에 합격한 아이들의 경우, 2단계 전형(논술, 구술, 심층면접 등)을 위해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그러나 발표 일자와 준비기간이 짧아 평소 준비를 해두지 않으면 그 어려움이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특히 논술의 경우, 단시일 내 큰 효과를 보기 위해 고액 과외를 받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내신이 중·상위권에 해당하는 한 여학생은 수도권 소재 모(某) 대학 1단계 전형에 합격하여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나 그 여학생은 최종 합격까지 2단계 논술에 수능 최저학력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남아있어 그야말로 삼중고(三重苦)를 겪어야만 한다.

그 여학생의 말에 의하면, 지금까지 논술을 접해본 경험이 전혀 없으며 고작 해야 원고지 쓰는 법만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더군다나 논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불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강사를 소개시켜 달라며 찾아왔다. 그 아이의 부탁이 워낙 완강하여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인(知人)을 통해 그나마 이 지역에서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논술 강사를 소개받았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수강료가 대학등록금 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부담이 되었다. 턱없이 비싼 수강료에 불만을 토로하자, 강사는 짧은 기간 내 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배짱을 부렸다. 게다가 수도권은 이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며 자신의 수강료가 적절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강사에게 들은 이야기 모두를 그 아이에게 해주고 결정을 하라고 하였다. 그 아이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듯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아이의 부모는 논술수강료를 위해 대출을 받았다고 하였다.

설령 이 아이가 대학에 합격을 했다 할지라도 과연 이런 식의 논술 과외가 대학 입학 후 얼마나 많은 실효성을 거둘 지 의구심마저 생긴다. 대부분의 일선학교에서 수박 겉핥기로 일관하고 있는 논술교육 탓에 학부모는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별도로 논술지도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공교육 내실화에 기반을 다져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교과부의 발표에 내심 많은 사람들이 큰 기대를 하였다. 그런데 발표이후, 교육 정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대부분의 교육 정책이 특권계층 몇 퍼센트를 위한 정책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교육 양상이 ‘빈익빈 부익부’라는 부의 편중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매년 국가 차원의 연례행사로 치러지는 수능시험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학업에 매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교차하는 생각들이 많다. 특히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수시모집을 포기하고 마지막 수능시험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이 아무쪼록 좋은 결과를 얻어 입시로 인한 후유증으로 고생하지 않기만을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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