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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법치주의 형해화(形骸化)를 한탄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고 듣는 단어 중에 '법대로 하라', '법치주의를 실천하자'는 말이 있다. 법치주의란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국가나 권력자가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법치주의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형식적 법치주의(시민적 법치국가)는 봉건적 속박으로부터의 정치경제적 해방을 목표로 한 근대시민혁명을 경험하지 못한 독일에서 발전한 이론이다. 독일의 경우 자유와 권리의 보장체계로서 발전한 법치주의가 법실증주의의 영향에 의하여 국가작용의 형식적 성격을 의미하는 것, 특히 행정과 법률의 관계로 협소화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극단적으로는 법률에 의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법률국가로 변질되기에 이르렀으며, 법률을 도구로 한 합법적 지배(법률에 의한 불법), 즉 나치즘으로 나타났음은 역사가 증명한다.

나치가 집권하던 1933년에 베를린의 제국의회 의사당에 불이 나자, 네덜란드 공산주의자가 방화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러자 히틀러는 곧바로 대통령에게 공산주의 혁명의 위협을 막아야 한다며 비상통치권을 요구했다. 그 이후 나치즘의 활개와 독재로 벌어진 역사의 비극은 모두 알 것이다.

이때 독재를 법적으로 정당화하는 데는 법률가들이 앞장섰다. 수권법을 ‘임시헌법’이라고 옹호한 법학자 카를 슈미트, 지도자(히틀러)의 명령은 국법의 필수적 조건에 구속되지 않는 긴급조처로 공포할 수 있다는 논리를 만든 나치당의 법률가 한스 프랑크, 정치범과 유대인 등의 사형 및 ‘절멸’ 절차를 ‘간소화’한 ‘피의 재판관’ 오토 티라크 법무장관, 게슈타포 등 정치경찰과 강제수용소를 정당화한 헌법이론가 베르너 베스트 등이 그들이다. 베스트는 “정부가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판단한 것을 처리하는 것이 ‘경찰’의 역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간은 흘러 칠팔 십여 년이 되었건만 나치 치하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공공연하게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지기에 하는 말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주택 재개발에 따른 주택재개발조합(이하 '조합')과 이주민 간에 보상비 요구로 인한 격렬한 싸움으로 6명이 화상으로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5명은 이주민이었고, 1명은 경찰특공대원이었다고 한다. 주택재개발은 경제가 불황이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조합에서 말하는 휴업보상비 3개월분과 주거이전비(집세) 4개월분은 과연 합당한 것일까? 물론 그들은 말할 것이다. 이러저러한 법에 나와 있는 것을 참작해서 했다고. 그러나 과연 이 엄동설한에 그 보상금을 받아들고 나간다면 사람다운 삶이 가능할까?
주택재개발이라는 것이 여러 사람이 좋은 주택환경에서 살도록 하는 것임에 틀림없지만 실상은 한 두 사람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로 나타난다.

여기서 바로 형식적 법치주의의 문제점이 나온다. 이와는 반대로 실질적 법치주의(사회적 법치국가)는 법률에 의거한 공권력의 행사라는 의미를 넘어서 법률의 목적과 내용도 정의에 합치하는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통치의 정당성을 특징으로 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실질적 법치주의라고 해서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법의 가장 큰 목적이자 보루인 인권을 등한시 할 수는 없다.

법의 형해화(形骸化)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법이 형식만 남아있다는 뜻으로, 탈법행위를 심하게 하여 외형적으로 법을 따른 듯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법의 뜻을 위반한 것을 말한다. 법이라는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도록 만들어 놓은 약속인데, 그러한 본뜻은 어디로 가고 껍데기만 살아서 돌아다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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