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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자투리 시간까지 아껴야

세월이 나를 기다려 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때는 시간을 꼭 붙들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시간은 너무나 매정하다. 뒤로 돌아보지도 않는다. 대꾸도 하지 않는다. 자기대로 간다. 꾸준하게 간다. 일정하게 지나간다. 아무리 손짓해도 돌아보지 않는다.

젊으면 젊을수록 시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남는 것이 시간이라고 자랑한다. 오늘 지나가면 내일이 있다고 한다. 자고 나면 있는 게 시간이라고 한다. 시간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간의 귀함을 느끼지 못한다. 시간이 좀 빨리 지나갔으면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을 붙들고 싶은 심정이다. 시간의 귀함을 느낀다. 금보다 귀한 시간이라고 하면서 힘차게 붙들어보지만 힘이 버거워 포기하고 만다. ‘내가 이렇게 늙었나, 내 머리가 왜 이리 희어졌나? 내가 왜 이리 힘이 없어졌나? 내가 왜 의욕이 사라졌나 ’하면서 한탄만 한다.

특히 배움에 시간을 투자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더욱 시간의 지나갔음을 아쉬워한다. 젊었을 때의 시간을 잘 사용하지 못했음을 후회한다. 다시 젊음이 주어진다면 시간을 쪼개가면서 열심히 공부해보겠다고 한다. 다시 젊음으로 돌아간다면 주어진 시간을 늘여가면서 면학(勉學)에 힘써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젊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한 번만 더 온다면 누구든지 정신을 차려 시간을 아끼면서 열심히 책을 읽고 배움에 임할 것이다. 하지만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盛年不重來(성년부중래)하고 一日難再晨(일일난재신)이라” 하지 않았는가? 젊은 시절은(盛年) 다시 오지 않는다. 좋은 시절(盛年)은 다시 올 리가 없다.

그리고 하루에 두 번 새벽이 오지 않는다. 하루에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새벽이 오는 것 보았는가? 복싱선수가 링에서 권투시합을 할 때 3라운드 경기 중 1라운드는 한 번 뿐이다. 2,3라운드도 마찬가지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권투선수들은 매 라운드마다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젊음의 때도 마찬가지다. 젊음의 때가 거듭 오지 않는다. 두 번 오지 않는다. 그러니 젊음의 때에 시간이 많다고 낭비해서도 안 된다. 남는 것이 시간이라고 자랑해서도 안 된다. 그 귀한 시간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 시간의 관리가 바로 자기의 관리다.

시간의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공부하는 이가 시간의 관리를 배움에 투자하지 않고 투자를 잘했다고 말할 이가 있겠는가? 배우는 학생은 오직 배움에 면려(勉勵)해야 한다.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시간은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 시간은 사람의 간곡한 요청도 외면한다. 시간은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그냥 묵묵히 지나간다.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이라고 하였다. 한 마디의 시간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하였다. 잠깐의 시간이라도 무겁게 여기라고 하였다. 마산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할 때 우리 반 학생 중에 한 명은 추석 때 집에 손님이 많이 와 공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부엌에 앉아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였다고 하였다. 이런 학생에게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것이다.

‘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에 대한 깨달음이 빠를수록 좋다. 시간 절약은 깨달음에 비례한다. 배움의 투자도 깨달음에 비례한다. 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긴 겨울방학의 시간을 흘러 떠내려 보내서는 안 된다. 발걸음이 쌓여야 천리를 가듯이 적게 흐르는 물이 고여야 강물이나 하천을 이루듯이 한 걸음씩 전심전력(全心全力)함이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리라. 이제 젊음의 때 자투리시간까지 아까워해야 할 것 같다. 화장실에 가서 신문 사설이나 글 한 쪽이라도 읽은 습관을 길러 보고 차를 타고 가면서도 시간이 아까운 줄 알고 잘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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