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 책세상이 펴낸 니체전집 7,8권 중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Ⅰ>은 서문과 1장 최초와 최후의 사물들에 대하여, 2장 도덕적 감각의 역사에 대하여, 3장 종교적 삶, 4장 예술가와 저술가의 영혼으로부터, 5장 좀 더 높은 문화와 좀 더 낮은 문화의 징후, 6장 교제하는 인간, 7장 여성과 어린아이, 8장 국가에 대한 조망, 9장 혼자 있는 사람, 그리고 친구들 속에서 끝말, 해설과 연보로 짜여 있으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Ⅱ>는 서문과 제1장 혼합된 의견과 잠언들, 제2장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로 각 권에 600~700 여개의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출판사에서는 삶의 위기에서 태어난 역작, 단편의 형식에 포착된 자유로운 사유, 자유정신을 위한 책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2001년 초판 1쇄에 이어 5쇄 펴낸 것이 2007년이다.
이 책은 종교인이나 사상가들이 펴내는 일종의 잠언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다. 명제도 논증도 하지 않으므로 니체의 개인적 단상자료집이며 이후에 쓰게 될 책들의 단초가 되었을 것이다. 니체는 이렇게 비판한다. 인간세계의 종교. 그건 바로 인류역사에서 모든 종교와 철학이 '인간적인 관점'을 취함으로써 스스로 모순을 드러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과 인격신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만 해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만약 신이 있다고 해도 그 신이 인간처럼 사고할 것이란 걸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또 왜 신은 꼭 유일신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신은 인간에게 간섭해 인간을 우주적인 존재로까지 승격시켜야 하는가? 그 이면에는 인간이 신을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았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니체는 '신은 있을 수 있어도'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인간적이며, 선별적으로 구원을 하는 편협한 신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종교적 사유 자체가 너무나 인간적인 생각에 연유하기에 니체는 ‘진실로 신이 없다’는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가상적인 신은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진리’ 자체를 추구하지 않고 ‘진리’가 존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보다는 니체는 우리에게 ‘진리’라고 여겨지는 것, 혹은 믿어지는 것들이 ‘인간적인 관점’이나 욕망이 반영된 것이라 간주하는 것뿐이다. 니체는 세계와 신, 자신과 자신의 체험을 시험하여 모든 이상의 배후에 인간적인 것임을 탐색해내는 자유정신으로, 형이상학적 이상의 배후에 내재해 있는 모든 이상주의의 본질은 인간적인 필요와 동경에 불과한 것임을 폭로함과, 바그너 예술의 기만적, 병적, 염세주의적 경향을 비판함으로써 새로운 학문, 철학을 통해 허무주의적 시대정신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후반부에서는 친구의 문제, 남성과 여성, 가족의 문제 그리고 국가의 문제를 훨씬 더 경쾌하고 간결한 문장 형식으로 언급한다. 특히 개인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마지막 장에서 니체는 사적이고 개별적인 인간의 문제를 지적한다.
이 책에 실린 한두 줄 짧거나 또는 여러 페이지의 단편 속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의 모순, 이중적인 성격 이면에 살아 움직이고 있는 니체의 사상의 일관성과 내적인 조화를 찾아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니체를 어떻게 읽었을까? 그냥 심심풀이로 읽는다면 별달리 할 말이 없겠지만, 좀 더 깊이 있게 또 냉철하게 니체를 읽고, 더 나아가 철학적인 공부의 방편으로써 니체를 읽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니체 자신의 떠오르는 생각이나 현상을 나열한 것이기에 '오류'가 존재할 수 없다. 오류는 어떤 주장을 타당하도록 만들려다가 발생하며, 오류를 지적하려면 일단 이유가 제시되어야 하는데, 니체는 별다른 이유도 제시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 자신 어떤 부분은 그의 말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외국인의 글을 한국어로 옮기는데 어려움이 많아서일까? 반복되는 딱딱한 한자어와 자주 나타나는 쌍점 등 각종 부호(: ;“ ”-‘ ’등)와 반복되는 그것, 어떤 것, 아닌 것,…같은 지시어들이 나는 싫었다. 이해가 쉬울까 해서 몇 군데 문장을 나름대로 수정해 보았다. 그 중 Ⅱ권 p.420에 331의 내용이다.
끊임없는 가속- 일을 천천히 시작하며 하나의 일에 쉽게 익숙해지지도 못하는 사람도 나중에는 종종 끊임없이 속도를 가하는 특성을 나타내기도 한다.-그래서 마지막에는 그 흐름이 그들을 어디로 끌고 갈지 아무도 알지 못할 정도이다(원본).
끊임없는 가속- 일을 더디게 시작하며 한 가지 일에 쉽게 익숙해지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도 나중에는 종종 줄기차게 속도를 가하는 특성을 나타내기도 한다.-그래서 결국 그들을 어디로 끌고 갈지 아무도 그 흐름을 알지 못할 정도이다(수정). 고쳐 봐도 더 나은지 모르겠다.
니체는 이전의 철학자들과는 달리 어떤 주제에 대해 일목요연한 설명을 피하고, 비유적이고 문학적인 방법으로 자기 사상을 설명하려 했기 때문인지, 나는 제목만 보고 너무나 인간적인 많은 성찰을 한꺼번에 욕심내었다. 좀 더 인간적인 변화를 갈망하면서 읽기를 자청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처음부터 술술 내려가지 못했다.
서문에서부터 눈에 띄는 딱딱한 단어들-‘방랑, 타향, 소외, 냉각, 환멸, 냉담…’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선동적, 욕망, 증오심, 숭배…’와 같은 한자어들이 모여 의미의 한 덩어리를 형성하지 못하고 상상 가능한 공간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종교와 철학부분에서 더욱 정신 차리고 밑줄 그어 가며 열심히 읽으려 애썼지만 업무상 가장 바쁜 시기인 3월이고 같은 기간에 다른 책도 읽어야 했던 내게 25일 동안 400여 페이지의 책 두 권과 또 다른 책읽기는 힘겨웠다. 기대만큼 충분히 읽지 못했지만 니체를 가까이 두고두고 음미할 행운이란 예사로운 일인가? 기회를 준 출판사에 거듭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