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10대 국정과제의 하나인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의 세부과제로 지방대학의 집중육성을 제시함에 따라 그동안 제기돼온 지방대 발전에 대한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대교협은 18일 동양대에서 '지방대학 육성 정책'을 주제로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역인재 할당제, 대학의 정원 규모 축소 등을 제안했다.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지방대학이 중앙의 대학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도 살려야 하는 것은 대학이란 수단을 통해 지방을 살리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지방대학을 살리지 않고 지방을 살리겠다는 생각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전 총장은 또 "지방이 해가 갈수록 피폐하고 중앙은 과밀하게 되는 요인은 여러가지 있겠으나 무엇보다 고등교육에 있다"고 전제하고 지방대와 지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인재 할당제(주요 자격시험을 지방대학에 인구비례로 나누는 것) ▲지방대에 대한 재정 지원 ▲밀레니엄상(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주는 상)제정 ▲대통령의 의지 등을 제시했다.
박 전 총장은 지방대학에 자격시험을 할당하면 질이 떨어 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지방의 의과대학, 약학대학, 교육대학생의 질이 중앙에 비하여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것은 졸업 후에 자격증을 갖거나 임용되기 때문"이라며 일축했다. 아울러 "현재 각 대학들이 엄청난 잠재 실업자를 수용하고 있다"며 "이 실업자들에게 실험실에 머물게 하여, 연구토록 자금을 지원하면, 건설에 의한 방편보다는 더 장래성이 있고, 파급효과도 크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인재들이 지방의 기업에 취직을 못하고 있는 현상과 관련 두재균 전북대 총장은 "지방 기업들도 지방의 인재들을 무시해 왔고, 지방의 인재들 역시 지방기업들을 기피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방 기업인재 상호 육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는 광역단위의 지방자치 단체가 운영하는 기관에 그 지역의 모든 대학과 기업이 참여하는 지방대 졸업생 취업정보센터를 설립하자는 것.
두 총장은 "각 대학별로 운영되던 취업정보센터와 함께 교류시킨다면 더욱 더 그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총장은 이밖에 "현재 각 군으로 나누어진 입학 원서접수시 대학 선택의 다양성은 인정하되 합격 후 등록은 1회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학 입시제도의 개편도 주장했다.입학 정원의 축소도 거론됐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은 "현재 지방대학 위기는 대학의 특성화 등 교육개혁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이고 전면적인 위기"라며 "모든 대학들이 정원의 일정비율을 감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기태 충주대 총장도 "대학을 신설하고 정원을 확대하는 정책에서 대학을 통합하고, 정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기본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며 "우선적으로 전국대학의 정원을 일률적으로 10∼20% 교육부에 반납하고 은행식 정원관리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 총장은 이밖에 ▲일정한 규모 이상 기업체의 지방대생 의무채용 ▲5급을 포함한 공무원 및 국영기업체의 신규채용시 여성고용목표제와 같은 제도의 도입 ▲공공부문이 필요로 하는 학과 지방권역별로 설치 등을 제안했다.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전 대표는 "대학을 살리는 것은 국가 과제로 정부도 노력을 해야 하나 그 지역 대학을 광역자치단체가 책임지지 않으면 안된다"며 "국립대학을 모두 광역 자치단체가 책임지는 시·도립 대학으로 바꾸고 고등교육 재정과 권한도 지방정부로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덕홍 대구대 총장은 지방대학 육성을 위해 ▲2001년 12월 제출된 지방대학 육성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 ▲지방자치단체의 역내대학 지원 조례 제정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