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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새로운 교직윤리·사제윤리 정립

2학기가 시작되었다. 한 달 넘게 계속된 여름방학으로 조용하기만 했던 학교들이 이제 다시 학생들의 개학으로 아연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새로운 학기에 대한 희망으로 들떠야 마땅하겠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등교 첫날부터 학교폭력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학부모들의 막무가내 식 민원제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권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교육에 대한 전반적 신뢰가 무너져 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참으로 걱정인 것은, 일선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혼란과 무질서 현상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반응이 하나같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이제는 열심히 가르칠 필요가 없다니까~.” “수업시간에 잠을 자건, 밖에를 나가건 그냥 내 버려두는 게 상책 아니겠어?” “아이들 바르게 키워보겠다며 벌 좀 준 것이 교사의 책임문제로 귀결된다면, 이제는 누가 무슨 의욕을 내서 가르치겠어?” “그냥 시작종 치면 들어가서, 애들은 듣던지 말든지 혼자서 떠벌이다 끝 종 나면 그대로 나오는 수밖에.”

그렇지 않아도 여러 가지 이유로 위기에 몰린 공교육을 조금이라도 되살려보기 위해서는 선생님들 모두가 교육자로서의 높은 자긍심과 책무성을 가지고 전심전력으로 매달려야 할 판에 이처럼 비정상적인 세태를 한탄하며 한없는 무력감에 빠져서 냉소적이고 허무적인 쓴웃음을 날려야 하는 교단의 현실은 안타깝다 못해 슬퍼지기까지 한다.

선생님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체벌 문제만 해도 그렇다. 예전 같으면 전통적 가치관 내지는 사회풍조로 보아 교사의 교육권이 당연히 우선시되고 학생의 인권 측면은 크게 부각되지 않아 설령 이런 저런 이유로 선생님이 매를 좀 들었다 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만, 요즘은 어디 그런가. 순수한 교육적 의도를 가지고 아무런 사심 없이 내린 가벼운 벌조차도 당장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 일쑤고, 고약한 학부모에 걸린 경우에는 폭행죄로 고소당하고 손해배상까지 해 주어야 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끝까지 믿고 싶은 것은, 이 땅의 선생님들 가운데 그 누구도 개인적 분노나 증오의 감정을 교육적 사랑으로 가장하여 아이들을 때리거나 벌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며, 학생들 또한 절대 다수의 경우 선생님의 말씀과 지도에 순종하면서 학생 됨의 도리를 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교사의 교육권이 중요하다해서 학생들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며, 이와 맞물려 학생들의 인권이 중요하다 해서 교사의 교육권을 쉽게 포기하는 일 또한 있어서는 안 된다. 선생님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교육권을 행사함에 있어 끝까지 대화와 설득, 인내와 관용으로 훈육하기를 힘쓰되 특수한 경우 꼭 벌의 징계가 필요하다면 교육자로서의 사려 깊은 판단과 함께, 벌을 주는 의도의 진정성을 아이가 수용하는 전제 위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인권이 한없이 소중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학교사회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규범에 반하는 일탈과 비행조차도 합리화시키고 선생님의 교육적 지도노력마저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기로 사용될 때 그것은 교육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우리 교단은 시대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교육제도나 시스템의 위기도 문제지만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구성원 모두의 의식의 위기, 규범의 위기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전통적 교직관 내지는 가치규범은 붕괴된 지 이미 오래인데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직관, 가치규범이 바로서지 못하고 있고 구성원 상호 간의 관계 정립도 혼돈을 거듭하고 있는 일종의 아노미적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교사가 학생 눈치를 살피고 학부모가 교사를 고발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의 활로를 여는 단초는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필자는 오늘의 학교교육의 위기가 교육 외적인 요인보다 교육 내부의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보며, 이를 타파하기 위한 엄정한 현실인식과 내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테면 교육을 바라보는 교육자 스스로의 관점에 문제는 없는 것인지, 제자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구시대적 권위에 대한 일말의 향수는 없는 것인지 반성하면서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교직윤리, 사제윤리를 정립해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존경과 신뢰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누군가가 그것을 바란다고만 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힘을 가진 자가 약자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한다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모름지기 자기 책무에 대한 헌신과 봉사, 귀감적 처신이 있는 경우에 상대의 마음 안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충정심이 바로 존경과 신뢰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교육자들이, 세태에 휘둘리기 쉬운 어린 학생들의 무례나 학부모의 비상식적 행태를 무조건적으로 탓하기보다 시대가 요구하는 교직윤리를 새롭게 세우는 차원에서 스스로의 인품과 자존을 높이려는 노력을 더 한층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며, 사제윤리 차원에서는 학생들을 무조건 버릇없다 꾸짖기 이전에 눈높이를 학생에 맞추고 그들에게 가슴으로 다가서는 한편으로 선생님들 모두가 나서서 인성교육과 예절교육을 더 충실하게 지도할 일인 것이다.

현실을 개탄하며 교육의지를 포기하기보다는 확고한 교육관으로 자신의 교육활동을 소신 있게 꾸려가는 태도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교육신뢰 회복의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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