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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교육국 신설 와각지쟁(臥角之爭), 이제 그만두라

장자(莊子) 칙양편(則陽篇)에 재미있는 고사성어가 하나 있다.

위나라 혜왕이 제나라 위왕과 사이좋게 지내자고 굳게 약속을 했는데, 그 뒤 위왕이 약속을 어겨서, 자객을 보내 죽이려고 했다고 한다. 혜왕의 신하 공손연이 이 말을 듣고 군대를 파견하여 쳐야 한다 하였으나, 계자는 군대를 보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혜왕은 두 의견 사이에서 갈등했다.

이를 본 대진인이라는 신하가 혜왕에게 말하기를,
“달팽이 왼쪽 뿔에는 촉나라가, 오른쪽 뿔에는 만나라가 있습니다. 언젠가 이 두 나라가 땅을 뺏으려고 싸웠습니다. 죽은 사람이 여럿이었고, 도망치는 적군을 쫓아 보름 만에 왔습니다.” 라고 하였다.
혜왕이 “그런 경우가 있었느냐”고 심드렁하게 대답하였다.
이에 대진인이 이어 말하기를,
“끝없는 우주 안의 나라들은 아주 작은 것입니다. 그 작은 나라 중에 위나라가 있고, 위나라 안에 수도가 있고, 그 수도 안에 혜왕이 계십니다. 임금님과 달팽이 뿔 위의 나라가 얼마나 다를까요.”
이 말을 들은 혜왕은 대진인의 말이 옳다 판단하고 전쟁 준비를 그만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것에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와각지쟁(臥角之爭)이다.

대인의 눈에서 보면 조그만 달팽이 뿔(사실은 촉수이지만) 위에서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것을 보면 얼마나 기가 찰 노릇인가. 하지만 이런 와각지쟁은 고래로부터 지금까지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먼 곳에 있지도 않은 그것은 교육청과 지자체간의 싸움이다. 언론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이 교육국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기도의 행정기구 및 정원 일부개정 조례의 집행정지 결정을 대법원에 신청했다고 한다.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면 도의 교육국 설치 작업이 중지되며 교육국에 과(課)를 신설하는 등의 추가적인 조직개편도 할 수 없다. 그 전에는 경기도2청에 교육국 설치를 하는 조례를 공포하자 조례 무효를 위한 기관소송을 대법원에 신청하였다. 가히 점입가경이다.

우선 이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에 대해서 교육계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서글픔을 느낀다. 꼭 이렇게까지 일을 만들어야 했는지, 이런 분란을 중재하고 화해시킬 수 있는 원로나 사회적 기구도 없었는지, 시민단체나 NGO 등은 뭘 했는지, 그 많은 정치하는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물어보고 싶다.

가장 큰 근본 원인 제공자인 경기도 김문수 지사는 이쯤에서 처음으로 모든 것을 되돌리길 바란다. 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 의지는 이것으로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본다. 큰 뜻을 이루었으니 이제 도백(道伯)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서 경기도민에게 봉사하였으면 한다. 설사 그 어느 누가 이 싸움에서 이긴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인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일 뿐이다.

교육청과 도청의 교육국 설치로 인한 와각지쟁을 국민들은 매우 불편한 마음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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