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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토론식 수업 어떻게 할 것인가?

금년부터 교과부가 토론식 수업방법을 새로운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주입식 교육으로는 클로벌 인재 육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이젠 더 이상 간과해서는 교육의 국제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을 이제야 인식한 것 같다.

미국에서 토론식 교육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로 알려진 필립스 엑시터의 ‘토론교육 현장’을 보면 보통 대학 상급 학년이나 대학원에서 하는 수업을 여기서는 9학년 때부터 훈련받고 11학년이 되면 능숙하게 토론을 하며 자유자재로 질문하고 답하는 분위기가 이뤄진다고 한다. 교사가 다수의 학생들을 앞에 두고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우리 교육의 현실과는 달리 교사와 10여 명의 학생들이 하크네스 테이블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들 간의 대화를 통해 모든 수업이 진행된다.
 
45개의 하크네스 테이블이 교실에 처음 등장한 지 80여년이 흐른 현재도 하크네스 테이블은 모든 교실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인문계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음악 등 모든 과목에서 하크네스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학교들이 토론식 수업을 시도하고 자랑하지만 필립스 엑시터처럼 하크네스 이념이 매일 모든 수업에서 실현되는 곳은 없다. '하크네스'란 타원형의 테이블이나 수업의 형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더 큰 개념의 필립스 엑시터만의 언어다.

숙제로 읽은 교과서의 한 부분을 이해 못한 친구의 질문에 그 자리에서 내용을 요약해서 발표하고 관련 실험을 하는 생물 수업, 바하의 음악을 분석하다 질문과 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난해한 현대음악까지 파고들다가 '무엇이 음악인가?'라는 토론까지 이어지는 음악이론 수업 등.

8~12명의 학생 모두 질문이건 답이건 적어도 한마디씩은 해야 하기 때문에 꼼꼼한 수업 준비는 필수다. 쑥스럽거나 토론 준비가 안 되어 있어 숨으려고 해도 숨을 곳은 없다. 하크네스 테이블은 모두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디자인됐기 때문이다.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학생은 친구들에게 폐를 끼칠 뿐이다. 차라리 모른다거나 준비를 못 했다고 시인하고 도움이 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낫다. 물론 모든 학생이 많은 말을 하는 것이 좋은 하크네스 수업은 아니다. 대부분의 신입생들이 "필립스 엑시터의 토론 수업이 좋아서 지원했다"고 하지만 많은 9학년생 '하크네스=떠들기'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하크네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말하기보다 듣기에 있다. 서로의 발표를 제대로 듣고 이해해야 질문에 답이 있고 개념의 발전이 있다.

좋은 토론 수업은 꼼꼼히 분석적으로 듣는 것에서 시작해 통찰력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이어진다. 질문은 뒤떨어지는 학생만이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자유롭고 신중한 생각을 통해 질문할 때 하크네스의 빛이 발한다(1781년 존 필립스 박사 부부가 설립한 필립스 엑시터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숙학교(보딩스쿨) 중의 하나. 그동안 이 학교는 제14대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치·예술문화·언론·교육 등 다방면에서 걸출한 인재들을 배출했다).

이와는 달리 우리의 주입식이나 일제식 교육은 비판력이나 창의적 사고능력 떨어진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수업을 없애기 위하여 교단선진화란 명목 하에 많은 교육 자료를 교실에 투입했다. 그 결과 수업의 방법의 변화는 인정하지만 학생들의 사고력과 비판력의 향상에는 의문이 든다. 문제는 학생들의 고등사고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교수활동 보조 자료가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토론수업의 가치는 학생들에게 타인으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획득하고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 상호 간의 문제해결의 기능 및 태도를 배울 수 있게 되며, 집단 속에서 적극적인 구성원 의식과 집단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짐으로써 자아를 각성시키고 집단 속에서의 자아분화를 성취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러므로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글로벌 인재는 현장 교사들의 교수방법 변화 없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실수업 시간은 매우 조용하다. 너무 조용히 해서 잠을 자는지 몰라도 조용히 잘 들어야 주의 집중이 잘 되고, 학생들의 학습력이 높아진다고 믿고 있다. 교사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진도를 나가기 바쁘고, 학생은 입을 다문 채 바라보고 간혹 교사의 질문에 몇몇 학생들만 대답하고 학습지나 학습장에 적기도 한다. 40분 단위수업 시간을 쪼개 학생들에게 비판력을 키울 수 있는 토론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초등학교는 서서히 토론수업에 대한 관심이 진행되지만 중, 고등학교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다양한 수준의 학생, 짧은 수업시간, 꽉 짜여진 교육과정 진도가 토론수업을 막고 있다.

요즘 우리 교육의 화두 중 하나는 이제는 ‘집어넣은 교육’이 아니라 자기의 의사를 논리적으로 잘 표현하는 ‘끄집어내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하나가 글쓰기 교육, 즉 ‘에세이’다. 남보다 다르게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을 잘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체험교육이 아닌 교사중심 교육으로는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교사들은 ‘왜(Why)', '어떻게(How)’을 물을 줄 모르는 한국식 교육을 평면적 교육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순종을 미덕으로 삼았던 우리의 유교문화에다 주입식교육으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에 익숙지 않았던 것이 우리교육의 현실이다. “쓸데없이 따지고 든다”, “객관적으로 틀린 사실을 말할 경우가 있는데, 학생들은 잘못된 줄 알면서도 지적하거나 묻지 않는다”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교사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그렸지만,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로 묻는 게 중요하지 아예 질문하지 않는 건 곤란하다” 는 것이 미국의 교사들의 생각이다.

“아이가 우유를 쏟으면 한국 부모들은 야단치지만 미국 엄마들은 이를 지도로 만들어 놀자고 한다”고 한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미국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창의성을 길러 주려고 한다. 한국 학생들의 경우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왜(Why)', '어떻게(How)’를 생각해 내는 훈련이 부족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데 서투르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한국 학생들은 어떤 과목이든 분석적이고 비판적 시각이 필요한 에세이를 쓸 때 가장 많이 힘들어 한다. 또 수학, 과학과 같은 이과 과목의 학습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보통 때는 큰 차이가 없지만 수학경시대회 등에 출전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경우 미국 학생들은 독창적인 방법으로 풀어내는데 반해 응용력과 창의성이 부족한 한국 학생들은 쩔쩔맨다는 사실이다.

한국 학생들 가운데는 학교와 학원과 집만 왔다갔다 할뿐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학교 삶의 경험으로는 창의적이고 깊이 있는 사고가 길러질 수 없다. 그러므로 학생들을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폭 넓은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줘야 한다.

한국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면 무조건 걱정부터 한다. 일반인들과 다른 생각을 갖더라도 이를 수용하고 격려해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더불어 특정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돕는 게 좋다.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학생이 돼도 토론에 약하하기 때문에 유학생으로서 적응하기 가장 힘든 과제이다. 이같은 토론수업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초등학교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우리의 학교 현실을 보면, 전국 초·중·고교 모두가 국가가 정한 국민공통 교육과정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교과목과 단위수업 시간도 붕어빵처럼 똑같다. 특히 입시일정에 맞춰 진도를 나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토론 수업은 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학급당 학생 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두배 가까이 된다.

글로벌 미래인재는 남과 다른 창의력이 중요한 경쟁력의 포인트이므로 비판력과 상상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토론수업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논리력을 키워주는 출발점이며 초등학교부터 표현력을 키워줘야 대학생이 되면 영어로도 비판적 토론을 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인재를 키우려면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 능력이 필수이므로 수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40분으로 정해져 있는 교육과정 교과시간 안에 30여명이 토론하고, 교과진도가 나가기 어렵다.

최근에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교수법의 하나가 ‘블록 타임제’와 ‘집중 이수제’라고 할 수 있다. 블록 타임제는 1, 2교시 또는 3, 4교시를 묶어 특정교과를 집중 공부하는 것으로 미국 등지에서는 일반화 되고 있는 제도다. 수업 단위시간이 40분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활발한 토론 수업이 가능하다. 그래서 교과의 특성을 살려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에서 벗어나 사회 현안에 대한 찬반논쟁과 패널토론도 할 수 있다. 국어 수업도 토론이나 쓰기 등 교사와 학생 간 양방향 소통 토론 방식의 학습이 가능하다. 집중 이수제는 1년간 주당 1~2시간으로 배정되어 있는 과목을 한 학기에 몰아 주 2~4시간으로 늘려 가르치는 것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도덕, 실과 등의 교과시간을 단위학기로 시간을 모아 토론식 수업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교육 어떻게 바꿔야 하나? 먼저 교과 내용을 ‘주제중심’, ‘쟁정중심’ 등 토론 수업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수행평가에 토론 수업 참여도를 교과성적에 반영하여야 하며, 교과교실제 등 토론수업이 가능한 교실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토론식 수업모형 개발하는 교사들 모임을 활성화하여 교사들의 자율적인 토론수업문화를 정착하도록 시범 및 연수활동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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