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외고의 불법 찬조금 조성이 사실로 드러났다. 3년간 21억 원을 걷어들였다는 신문기사는 교육계 비리로 말미암아 이미 무너져 내린 가슴을 도저히 회복할 수 없게 만든다. 전 서울시 교육감 구속, 전·현직 교장 157명 수학여행 뒷돈 등 거의 매일 보도된 교육계 비리와 또 다른 사건이기 때문이다.
우선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학교의 간도 크고 통도 큰 불법 모금에 경악하게 된다. 불법 찬조금 사용내역을 보면서는 그 치사함이 치를 떨게 한다. 스승의 날 명절선물비, 교사 회식비 등으로 쓰인 돈이 적지 않아서다. 지금 세상에 도대체 어느 나라 학교인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학교 관계자가 했다는 말을 보면 불법 모금이 대원외고만의 경우는 아닌 것 같다. 일부 특수목적고에 국한된 것인지, 아니면 밤 11시까지 ‘야자’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붙들어 두는 일반계고에까지 만연된 현상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불법 찬조금은 학교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물론 ‘비리의 온상’인 학교를 두둔해서가 아니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꼬박꼬박 돈을 내온 학부모들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아마 학부모들은 주장할 것이다. “자식 맡긴 죄로 낼 수밖에 없었다”고.
바로 그것이 문제다. 특목고라면 학부모 중에는 검사, 경찰, 국회의원, 교수 등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많을 터이다. 그런 학부모들이 제 자식을 위해 학교의 잘못된 촌지강요에 별 죄책감없이 협조하는 행태가 벌어지는 한 비리 근절은 요원해 보인다.
어느 학부모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진 대원외고의 불법 찬조금 사건이 그 반증이다. '고장난명'이라 했다. 학교가 아무리 ‘나쁜 짓’을 하려해도 눈 부릅뜬 학부모가 있다면 할 수 없다. 그것이 일상화되면 자연스럽게 불법 찬조금 같은 비리는 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무엇보다도 그로 인한 위화감이 더 큰 문제다. 일례로 공립의 전문계고에서는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천 원씩 걷는 것조차 못하게 하고 있다. 그 날 쓸 꽃값 정도를 학교 회계에 편성하여 스승의 날을 기념한지도 벌써 여러 해 되었다.
차제에 한 가지 묻고 싶다. 선생님으로서 그런 돈으로 마련된 선물을 받는 기분이 좋았냐고…. 표현하지 않을 뿐 어린 학생들이라고 느낌조차 없는 건 아니다. 그런 걸 보는 학생들에게 스승은 이미 스승이 아니다. 특히 그 점을 명심, 더 이상 학생들에게 ‘너희가 선생님이냐’는 비아냥을 듣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