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로, 행복한 세상을"
내가 속해 있는 교육현장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외치는 나의 비전이자 이상이다. 아니 나에게 주어진 값진 사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어느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성취하기 어렵다. 그 세상에 속해 있는 구성원이 함께 장미처럼 환한 웃음으로 활짝 피어날 때 행복이 되는 것이다.
올 봄에 나는 김포의 한 중학교에 부임했다. 남학생들로 구성된 우리 학교는 처음 분위기는 사실 삭막하기 그지 없었다. 환한 웃음보다는 딱딱하고 경직된 모습 그 자체였다. 그것도 중학교 1학년 개구장이 녀석들의 담임이 되었으니 여간 고된 일이 아니었다. 늘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나고 천방지축 이러지리 뛰어다니다 보니 손과 발목에 깁스를 한 녀석들이 한 두명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병원에 입원하는 친구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모둠을 구성해서 모둠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처음 만나서 서먹서먹한 친구들 간에 돌아가면서 친구들을 격려하는 '칭찬이'가 되고, 솔선수범하여 모둠원들을 이끌어가는 '이끔이'가 되고,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여 기록하는 '기록이'가 되어 보기도 하는 것이다. 모둠원끼리 하루의 일과를 반성하고 평가하면서 하루의 생활을 글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물론 다른 모둠원들도 쓴 글을 읽고 격려의 댓글을 달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사실 무엇보다도 1학년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일은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는 일이었다. 나의 소중함을 깨달을 때에 비로서 나를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 행복한 모습을 찾아서 발견할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기 주변이 환해지고 세상이 환해질 수 있다. 내가 행복해야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고 행복한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름다운 글은 행복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행복해야 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은 전염된다고 하지 않던가. 내가 행복해야 내 이웃이, 내 친구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는 특별히 수업시간에 행복한 글을 쓰는 많은 학생들을 만났다. 시끌벅적한 교실에서 서로의 글을 나누면서 환하게 웃는 학생들을 바라볼 때면 나는 분명 행복했다. 그들이 나에게 행복을 전해 준 것이다.
얼마 전 교내 축구대회에서 우리반이 우승을 했다. 그리고 각종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늘어 갔다. 그 기쁨은 자장면 파티로 이어졌고 급기야는 금나루(김포)문학회의 탄생을 보았다. 평소 수업 중에 쓴 글을 모아서 작품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그냥 글을 쓰기가 밋밋해서 그림도 그려보았다. 그랬더니 정말 멋진 작품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덧 우리반 친구들의 얼굴에 웃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중에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중학생들의 글에는 분명 진실이 담겨 있다. 수업시간에 잠시 잠깐이지만 그들만의 아프고 고달픈 삶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어린 학생들이 밤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해야 하고 과외로 찌들린 그들에게 뭔가 활력이 필요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게다. 그들의 글에는 그리움도 있고 아픔도 있으며 사랑도 있고 철학도 있었다. 때로는 그들만의 삶의 감동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그냥 그대로 놓치기 싫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시화전이었다. 준비하기 시작한지 한 달만인 5월 14~15일에 학교 야외학습장에서 총 50여 작품의 시화작품이 1000명의 학생들에게 선을 보였다.
국어 / 박지호
국어의 '국'은
따뜻한 국물을 떠올리듯
국자같은 쉬운 사랑
국어의 '어'는
예쁜 맘 그물에 걷듯
어부 같은 힘겨운 사랑
국어는
우리에게 쉬운 사랑을
어려운 사랑을
그렇게 가르칩니다.
"절망의 낭떠리지에 있을 때 / 나에게 손 내밀어 준 // 그윽하게 물든 / 나의 가슴에 추억의 꽃씨를 심어준 // 우리의 시간, 하나 뿐인 벗, 그리고 아름다운 그림들 // 우리의 사랑 변치 않으리니 - <소중한 벗> 이승헌(1-2)"
그들의 가슴은 이처럼 따뜻했다. 그리고 행복했다. 환한 웃음이 있었다. 구제역이라는 복병과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인해 힘겹고 어려운 현실에서도 그들은 이처럼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있었다.
푸른 5월에 바로 내 안의 꿈을 키우는 학교로, 서로 함께 사랑하는 친구로 그들은 작지만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