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 14일 발표한 참여정부 교육정책 제안서는 기존의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할 정도의 신선한 충격을 준다. 지금까지 한국교육개발원은 국내의 대표적 교육정책 연구기관으로서 심도 있는 연구와 외국의 최신 이론의 접목 등 교육정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민간부문의 연구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과거에 비해 국책연구 기관으로서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 또한 사실이다. 여기에다 사회적 책무성에 대한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정당한 사유 없이 비공개로 분류되어 사장되는 연구보고서, 연구 의뢰자에 의해 연구 내용이 왜곡된다는 소문,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연구만을 발표한다는 세간의 비판이 있어 왔고, 이는 훌륭한 인재들이 개발원을 등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정책제안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기관의 입장을 표명(position paper)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연구원 개개인 차원의 입장 표명은 있었지만, 기관 차원의 주장은 거의 없었다. 책임 있는 연구기관으로서 우리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연구기관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무성에 한발 다가선 것으로 평가한다.
다음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균형성 있는 비판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정권초기에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학부모회의 신중한 접근을 요청한 것이나, 교장 선출보직제가 전문성 확보에 미흡함을 지적하고, 교장 임용의 선택기준은 전문성과 책무성의 확보에 둬야 한다고 일갈한 것은 개발원이 독립된 연구기관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새로운 각오로 보인 것이다.
이러한 교육개발원의 변신노력에는 많은 역풍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국책연구기관이라는 빌미로 부당한 간섭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자신들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판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고 한다.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이 규제와 통제만으로는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이번 개발원의 정책제안서가 개발원의 홀로서기로 이어져야 한다. 개발원의 변신을 기대함과 동시에 이러한 노력을 저해하는 구태 또한 결코 없기 바란다.